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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종북 응징' … 체포안 289명 투표 258명 찬성

중앙일보 2013.09.05 00:41 종합 3면 지면보기
4일 밤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이석기 의원을 구인하려는 국정원 직원을 잡아당기고 있다. 통진당 관계자들은 1시간 가까이 구인영장 집행을 막았다. [김경빈 기자]


“투표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표결한 국회 본회의장 안팎
민주화 세력 함께 종북 그늘 벗겨
이석기 "국정원이 범죄자" 반발
통진당 시위 … 북한 구호 외치기도



 4일 오후 4시25분 국회 본회의장.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본회의장은 정적에 감싸였다. 이 의원은 의석에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폐회를 알리는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의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진당의 김재연·김미희·김선동·이상규 의원은 본회의장 단상 앞에 나와 ‘내란음모 조작 국정원 퇴출’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펼쳐 들고 시위를 벌였지만 의원들은 등을 돌렸다. 지난해 4·11 총선으로 배지를 단 이래 종북(從北)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이 정치적으로 ‘외톨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이날이 12번째다. 그러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표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종북’에 대한 퇴출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를 담은 표결이었다. 통진당 의석(6석)을 감안할 때 기권, 무효를 포함한 ‘사실상의 반대표’(31표)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야 합의로 258표라는 압도적 찬성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무소속 현영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땐 266명이 표결해 200표의 찬성으로 처리됐다. 당시에 비하면 찬성률이 크게 높았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한때 통진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정의당이 모두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다.



 표결에 앞서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 출신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양대 축으로 전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화 세력의 그늘에는 북한과 협력해 대한민국을 정복하려는 지하혁명세력이 민혁당이라는 이름으로 일심회, 왕재산, 중부혁명단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존재해 왔다. 오늘, 그 마지막 그늘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이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불과 몇 달만 지나면 무죄 판결로 끝나고 말 내란음모 조작에 국회가 동조하면 역사의 과오”라며 “잠시 저를 가둘 수 있지만 자주와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 없다. 국정원이야말로 역사의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아리는 없었다. 표결과 개표로 이어지던 20여 분간 본회의장 우측 구석에 앉아 있던 그에게 말을 거는 의원도 없었다. 이 의원의 신상발언 30여 분 후 표결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던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국정원이 괘씸하지만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국회에 있어선 안 될 사람이 왔다”고 했다.



 그러나 본회의장 바깥에선 ‘이석기’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날 국회 주변엔 통진당원 200여 명이 오전부터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체포동의안 처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후 2시50분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기 위해 본관 로텐더 홀에 나타나자 이들은 이 의원에게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새누리당·민주당 의원들에겐 야유를 보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과 정의당을 겨냥해 “한국전쟁이 나자 자신들만 피신하고 한강 다리를 폭파해서 서울 시민을 수장시켰던 이승만 정권과 추종자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 고 비난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이 의원이 국회 본관 계단으로 나오자 통진당 측 인사 한 명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고 외쳤다. 북한의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언급했던 구호다.



 이 의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 유신 부활이 아니라 국정원 공화국, 여왕 통치가 예상된다. 저는 내일의 정의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글=채병건·김경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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