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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국방·재난 연구 … 중앙대는 빅데이터 분야 강점

중앙일보 2013.09.03 00:55 종합 6면 지면보기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유리 학과장(오른쪽 둘째)과 학생들이 임상영양유전체연구실에서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이 암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선 세포·동물 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식품 영양소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1년 한국인 통계학자가 국제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에 전 세계 생활용품업계가 술렁였다. 비듬을 유발하는 곰팡이에 대한 연구였다. 지금껏 업계에선 ‘말라세치아’ 곰팡이를 비듬의 원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박상규 교수가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비듬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파헤친 결과 비듬 발생엔 ‘필로바시디움’이라는 곰팡이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산해온 비듬약·샴푸의 성분이 바뀌어야 하는 중대 발표였다. 논문 발표 뒤 박 교수에게 로레알 등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강연 초청이 쇄도했다.



 올해 통계학과 평가에서 최상위에 오른 중앙대 응용통계학과는 2000년대 들어 빅데이터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소속 교수 8명 중 세 명이 이 분야를 연구 중이다. 병원·약국에 매일 입력되는 테라바이트(1000기가바이트) 분량의 처방전을 분석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질병이 발병했는지 알아내는 질병감시체계 분야도 빅데이터 연구 범위 중 하나다. 박 교수는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 설비라인 부품의 고장률을 예측하기 위해 2억 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분석, 연간 300억원의 재고 비용을 줄였다”며 “함께 연구했던 학생들이 능력을 인정받아 그 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물류 기술 자동차·의료에 접목



 올해 이공계열 학과 평가에서 최상위권과 상위권에 오른 학과의 공통점은 사회와 산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연구와 교육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KAIST 산업및 시스템공학과는 2011년 금융공학 부전공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거 제조업체 공정의 효율화에 머물렀던 산업공학의 트렌드가 통신·금융으로 확장하는 데 발맞춘 것이다. 2008년엔 방위사업청 지원을 받아 ‘국방 M&S(모델링 앤드 시뮬레이션) 특화연구센터’를 세웠다. 전시에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어떤 훈련을 하는 게 효율적인지 연구한다. 이 학과 신하용 교수는 “3년 전부터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일본 재난을 참고해 복합 재난에 대비하고 어떻게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성화 연구 덕에 이 학과의 외부지원 연구비(1인당 2억7516만원)는 전국 47개 대학 중 1위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는 최근 대두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했다. 2009년 기후환경변화예측연구센터를 설립해 정부로부터 7년간 매년 15억원가량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연구센터 소장 박선기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기후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만 관심을 뒀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로 바뀐 환경이 다시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는 2005년 정부로부터 전자태그(RFID)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물류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조성구 학과장은 “RFID 연구에 강점을 보이면서 연관된 자동차·의료·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화학공학, 20여 기업과 산학 협력



 활발한 산학협력은 우수 학과들의 또 다른 공통분모였다. 54개 평가 대상 대학 중 SCI 논문 수 1위를 차지한 인하대 화학공학과는 ‘열 플라스마 환경기술 연구센터’를 통해 인근 20여 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기체·액체·고체에 이어 ‘제4의 물질’로 불리는 플라스마는 신소재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기업과 대학의 협력 연구를 통해 기업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얻고, 대학은 우수한 논문을 내놓는다. 연구센터는 2009년 중소기업과 함께 반도체 세정에서 발생하는 불소 화합물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불소 화합물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하나다. 최근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이 제조업계 전반의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동화 교수는 “기업과의 협력 연구는 학생들의 현장실습과도 연결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 환경공학, 수질 측정장치 국산화



 올해 최상위권에 오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는 지자체·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친환경에너지센터·수처리핵심기술개발센터 등 각종 연구소를 운영한다. 수처리핵심기술개발센터는 2011년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해 수입품에 의존하던 수질 자동측정 장치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장치가 하나의 물질만 측정하던 기존 장비와 달리 동시에 여섯 가지 물질을 측정할 수 있다. 중소·중견 기업체 5곳으로 기술 이전됐고, 지난해 산학협동상(산학협동재단)을 받았다. 수처리핵심기술개발센터장인 김현욱 교수는 “수질 자동측정 장치가 국내 기업을 통해 스리랑카에 수출됐고, 말레이시아·대만 등에서 수입 허가를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한은화·하선영·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자료 수집·분석=김효진·안세환 연구원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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