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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전세대란,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중앙일보 2013.08.31 00:34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전·월세 대책의 큰 딜레마는 전·월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집값이 올라야 하나 집값이 오르면 장래 전·월세는 더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금이 치솟는 근본적인 이유는 첫째, 집값이 오르지 않고, 둘째, 시중금리가 매우 낮으며, 셋째,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집주인은 양도소득을 기대할 수 없어 전세금을 집값만큼 올려도 손해를 보게 된다. 재산세도 내야 하고 집이 망가지면 수리비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시중 전세금은 새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집값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전세금은 안정되겠지만 다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세금이 형성되게 된다.



 전세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다. 과거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고, 사채시장이 만연해 이를 통해 고금리 수익을 얻기가 쉬웠던 시대에 정착된 제도다. 이제 금융시장이 발전해 가계대출이 쉬워지고, 고수익 사채운용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그리고 집을 사놓기만 하면 값이 오르던 시대가 지나간 상황에서 이 제도 자체의 생명력이 다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전세대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월세로의 전환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집값에 상응하는 금액의 시중금리에 재산세·유지관리비를 더해 월세를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5억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적어도 150만원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는 애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수준이다. 그나마 시중금리가 지금처럼 낮지 않고 향후 정상화되면 균형점의 월세 수준은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높은 집값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 높은 지가를 유발해 기업의 국내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는 결혼 후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어렵게 돼 있다. 대개 외국의 경우 젊은 부부들은 부모 도움 없이 수년간의 임대생활과 저축을 통해 집을 마련한다. 그리고 장기주택금융을 얻어 집을 마련해 자식들을 키운다. 미국의 경우 평균 집값이 국민 1인당 소득의 4~5배에 지나지 않아 이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7000달러가 넘는 반면 평균 집값은 21만 달러로 한화로 2억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집값이 비싸다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평균 집값도 35만 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2만 달러인 데 비해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전용면적 84㎡(25평) 아파트 평균가격은 3억4800만원이다. 1인당 소득의 15배가 넘는 셈이다. 서울시의 같은 규모 아파트 평균가격은 4억8000만원이 넘고 과천시의 경우 7억원을 넘는다.



 전세대란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인데도 매매 활성화로 집값을 부추겨 전세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문제를 이연시킬 뿐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길이다. 지금의 전세대란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 집값 안정 내지 하락이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감내해 나가야 한다. 집값 상승은 장래 집을 마련해야 하는 젊은 세대로부터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는 세대에게 소득을 이전시키는 것과 같다. 지금 젊은 세대는 국가부채 증대, 고령화에 따른 복지부담 증대 등으로 이미 높은 미래 부담을 어깨에 지고 있다. 지금 집값의 하락을 감내하지 않으면 향후 우리 경제사회의 문제들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급격한 집값 하락은 금융부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연착륙의 유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몇 해간의 집값은 매우 점진적인 하락 내지 정체를 보여왔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돼 온 것이다.



 지난 28일 발표된 대책은 그래도 절제된 흔적이 보인다. 거래세의 인하, 공공 임대주택 확대는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앞으로 경계해야 할 대책은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가처분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소득 대비 집값이 매우 높기 때문에 대출규제 완화는 가계부채를 곧 위험수위로 치닫게 할 것이다.



 부모 도움 없이는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깊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소득격차가 대물림되고 계층간 이동성을 제약하며 세대간, 계층간 갈등의 주요 요인이 된다. 집값을 부추기는 대책으로 전세대란을 완화시키려 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더욱 깊게 하는 길이 된다. 전·월세 대책을 좀 더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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