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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차 노조는 특근 자청…생산성 꼴찌 한국선 연례 파업

중앙일보 2013.08.26 01:11 종합 6면 지면보기
#1. 한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를 출시했다. 회사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꽤 많은 예약주문을 받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몇 달 동안 고객들에게 차를 내주지 않았다. “공장 자동화 설비를 확충했으니 74명의 유휴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보내자”는 사측 제안을 노동조합이 거부하면서 생산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달 보름여 뒤 사측이 한발 물러서자 생산이 재개됐지만 이미 1만1000대의 생산 손실을 입은 뒤였다.


국내외 공장 비교해보니
주문 몰려도 작업 차질 이어져
기업, 해외로 생산 돌릴 유혹

 #2. 새 자동차가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회사는 토요일 특근을 포함해 주 6일 체제로 공장을 완전 가동했지만 밀려드는 수요량을 맞추기가 역부족이었다. 이 회사는 근로자들의 점심시간과 조회시간을 줄여서 하루 1시간씩의 근무시간을 추가로 뽑아냈다.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을 주도한 것은 바로 이 회사의 노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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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뜻 믿기 어렵지만 놀랍게도 같은 회사에서 벌어진 사례들이다. 앞의 사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2011년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벌어졌던 진통이고, 뒤의 사례는 2009년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모델 웨둥(悅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베이징2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두 사례는 현대·기아차가 노조의 연례 파업에 지쳐 해외 증산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많은 근거 중 하나다.



 현대차 국내 노조가 투쟁 일변도의 경직된 사고를 떨쳐버리지 못해 성장의 저해 요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반면, 공회(工會)라고 불리는 중국 노조는 유연성과 효율성을 과시하면서 회사와 동반성장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중국 공장만이 아니다. 이미 현대·기아차 공장이 가동 중인 미국의 각 주에서도 “우리 근로자들의 효율성이 더 높으니 파업을 일삼는 한국을 떠나 우리 지역에 공장을 지어달라”며 앞다퉈 현대·기아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국내와 해외 공장 효율성 차이는 쉽게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미국이 15.4시간, 중국이 18.8시간인 데 반해 한국은 30.5시간에 이른다. 전 세계 현대차 공장 중 꼴찌다. 표준인원과 실제 투입인원의 비율을 말하는 ‘편성효율’도 크게 떨어진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92.7%와 90%에 달하지만 한국은 고작 53.5%다. 쉽게 말해 국내 공장은 전체 인력의 절반 가까이가 유휴인력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효율성의 격차는 노조의 유연성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는 게 현대차 사측의 주장이다. 중국 의 경우 노조가 회사 성장과 자신의 수익 증대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사측에 합리적으로 협조한다고 한다. 단적으로 베이징공장은 전환배치가 자유롭다. A공장 물량이 줄어들어 유휴인력이 생기면 언제라도 B공장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생산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주야 8시간씩 16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조별로 3시간씩의 잔업을 추가로 할 수 있고 수요가 폭증하면 여기에 한 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장비가 고장 날 경우 그 시간을 식사시간 등으로 전환시켜 노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도 한다. 주문이 밀리면 일단 일을 하고 나중에 대체휴가를 사용하는 문화도 정착돼 있다. 한 공장에서 4~5대의 차종이 동시 생산될 정도로 효율적인 혼류생산도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역 공장들도 엇비슷하다. 미국·체코·슬로바키아·러시아 등에서는 한 공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량들이 동시에 생산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국내 공장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전환배치는 사실상 노조의 허락 없이 이뤄질 수 없다. i30뿐만 아니라 2008년 에쿠스, 2011년 벨로스터·엑센트 생산과 관련된 전환배치도 길게는 1년가량 진통을 겪은 뒤에야 간신히 이뤄졌다. 근무시간 조정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주간2교대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12주 연속 주말 특근 거부는 대표적 사례다. 이 기간 동안에만 8만3000여 대, 금액으로는 1조700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도합 133만6000대를 판매해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78만7308대를 팔아 32%나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생산설비도 증축되고 고용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자동차 시장이 정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수입차 점유율 급상승, 반복되는 노사 충돌 등 3중고로 인해 국내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공장 신설과 증산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 고용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내 생산이 줄어들면 완성차 업체와 협력업체의 이익 감소→고용 위축→신차 개발 능력 저하→판매량 하락→이익 감소 및 고용 위축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손쉽게 해외 증산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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