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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 예술 체험해 보고 인증샷도 한방

중앙선데이 2013.08.24 00:29 337호 24면 지면보기
지용호 작가의 ‘코뿔소’
프랑스어 ‘트롱프뢰유(Trompel’oeil)’는 ‘속이다(trompe)’와 ‘눈( )’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사람 눈에 착시 현상을 일으켜 혼란을 주는 눈속임 예술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제욱시스와 파라시우스의 그림 대결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제욱시스가 그린 포도를 보고 새들이 날아들자 파라시우스는 그 위에 커튼을 그려 넣었는데 제욱시스는 그 커튼을 실물로 착각해 걷으려 했다는 이야기다.

트릭아트전 ‘박물관은 살아있다’ 8월 8일부터 서울 인사동 쌈지길, 문의 1588-8506

일본에서는 이런 ‘트릭 아트’ 전시가 20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9년 제주도 성읍에 ‘트릭아트 뮤지엄’이 문을 연 이래 제주 중문관광단지, 여수 아쿠아리움, 대천 한화리조트, 파주 헤이리예술마을로 확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인사동 쌈지길 250여 평 공간에 문을 연 ‘박물관은 살아있다-쌈지길’은 눈속임 예술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주)트릭아트뮤지엄이 2009년 설립한 트릭아트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작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은 ‘트릭아트’ ‘오브제아트’ ‘미디어아트’ ‘현대미술 기획전’이라는 네 가지 코너로 구성돼 있다. 명화를 활용해 눈속임을 유도하는 경우는 이런 식이다. 술잔을 놓고 앉아 있는 고흐의 자화상 옆에 서서 그에게 술을 따라주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거나, 르누아르의 ‘발을 닦는 소녀’에게 다가가 마치 수건을 빼앗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올라가는 그 유명한 장면이 재연되기도 한다.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사진을 찍어 완성하는 밀착형 관람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느 트릭 아트 전시와 차별화가 없다. ‘박물관은 살아있다-쌈지길’의 차별화 포인트는 눈속임과 극사실, 패러디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30점을 전시장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 현대미술을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용호 작가의 ‘코뿔소’는 관람자가 그동안 타이어라는 재료에 대해 가졌던 익숙한 생각을 낯설게 바꿔준다. 오브제가 거울과 유리에 끝없이 반복해 비쳐나가는 이불 작가의 ‘인피니트’는 보는 이를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내부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렌티큘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배준성, 뭔가에 눌린 듯 납작해진 인간군상 조각을 선보이는 이환권, 쌀알을 하나씩 붙여 형상을 이뤄내는 이동재 역시 재미있는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들이다. 또 진짜 책을 찢어 붙여놓은 것 같은 그림을 그리는 고영훈, 붓이 그려내는 먹의 힘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는 이정웅, 진짜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김창열 화백 등은 극사실의 그림을 통해 우리를 환상으로 안내한다.

이렇게 트릭과 패러디를 넘나드는 것은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다. 3D 안경을 쓰고 보는 앤디 워홀의 ‘자유의 여신상’은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70만 달러(약 490억원)에 팔린 바 있다.

트릭아트뮤지엄 박종성 대표가 작품 속 고흐에게 술을 따르는 포즈를 하고 있다
(주)트릭아트뮤지엄의 박종성 대표는 “눈속임 예술과 현대 미술과의 결합에서 전시의 미래를 본다”고 말한다. 제주의 소인국 테마파크나 테디베어 뮤지엄의 성공을 보고 “사진 찍는 뮤지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트릭아트 뮤지엄을 시작했다는 그는 앞으로 ‘마담 투소’나 ‘믿거나 말거나’처럼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재미를 주는 전시장을 만드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젊고 재주 많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좀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트릭아트 공모전’도 구상하고 있다. 또 올 연말 남산 N타워와 내년 1월 인사동에 전시장을 새로 오픈하고, 태국·중국·터키 등 내년 중으로 글로벌 체인 뮤지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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