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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수출 변수 통해 위기 전염 가능성

중앙선데이 2013.08.24 23:24 337호 3면 지면보기
해리 S. 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졸업,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사(MBA). 베인앤드컴퍼니 전략 컨설턴트를 지냈고 ‘포천’의 100대 컨설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HS덴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뉴스레터 ‘생존과 번영(Survive and Prosper)’ 편집자. 저서로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Great Crash Ahead), 『미래 대호황』(The Great Boom Ahead), 『불황기 투자 대예측』(The Great Depression Ahead) 등이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 속에 신흥국의 외환시장은 흔들리고 주가는 요동친다. 아시아에는 새로운 위기의 공포가 엄습한다. 한국 금융시장 역시 출렁이고 있지만 정부는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 HS덴트 설립자 겸 CEO 인터뷰

아시아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과연 양적완화 축소 때문인가.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세계 경제는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미 경제예측연구소 HS덴트(www.harrydent.com)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해리 덴트(Harry S. Dent·사진)에게 23일 저녁 전화를 걸어 위기의 원인과 세계경제 전망을 물었다. 그는 1980년대 말 절정에 달했던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90년대 초엔 3000포인트를 밑돌던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세계적인 경제예측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요즘 비관론의 전도사처럼 느껴진다.

그는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와 통화량 조절이 아니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베이비 부머의 퇴장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이고 소비’라고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이 펼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며 세계경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저서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에서 그는 향후 10년간 지구촌 경제는 지금보다 더 깊은 ‘겨울’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리 덴트 CEO가 자신의 회사에서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 HS 덴트]
-QE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같은 신흥국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다. 원인은 뭔가.
“QE 축소는 주된 요인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세계경제 침체이고, 이에 따른 원자재 값과 상품 가격의 하락이다. 물론 QE 축소 움직임이 신흥국 투자를 감소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그건 2차적 요인일 뿐이다. 근본적인 걸 봐야 한다. 신흥시장은 세계경제를 이끈다기보다 글로벌 경제의 수혜를 받는 쪽이다.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신흥국 경제가 침체하고 이는 다시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위기의 신흥국 가운데 특히 어려운 나라를 꼽는다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다. 인도는 루피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내수시장이 크다. 수출 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브라질·인도네시아는 다르다. 수출 의존도가 30%를 넘는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가 독자적으로 현재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두 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다. ”

-미 연준의 QE 축소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시장은 이미 QE 축소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QE 조치를 했는데, 영원히 계속할 순 없다.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세계경제에는 좋지 않을 것이다. QE가 중단되면 또 다른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무엇보다 QE 같은 부양책이 장기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는 경기침체와 싸우기 위해 ‘돈 찍어내기’든 QE든 다양한 부양책을 써왔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한국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수요감소라는 커다란 흐름에 맞설 수는 없다. 또 인위적인 부양책은 경제의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신흥국의 경제위기가 한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 정부 당국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건 어느 나라 관료들이든 늘 하는 말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다. 자동차·컴퓨터·전자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판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는데 수출 주도형의 한국 경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나. 한국은 아시아,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를 넘는다. 중국 경제가 어렵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고, 1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것들은 위기의 완충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위기를 막아주는 건 아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2조 달러 수준이다. 중국은 자국 수출의 51%를 신흥국에 한다. 신흥국 침체가 계속되면 중국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최대 강점인 수출이 최대 약점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가.
“그게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거다. 한국도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5년 정도다. 2018년 이후 한국의 내수시장은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의 인구구조로 볼 때 앞으로 90년대 후반의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들어갈 수 있다. 일본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고 사회는 고령화돼 예전 같은 번영을 다시 누리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잘 살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18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해리 덴트는 인구구조를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본다. 베이비 부머 같은 거대한 인구집단의 소비가 정점을 지나고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경제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한다는 주장이다. 수요 부족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생산 감소, 실업률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최근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다시 성장할 희망이 없다. 2020년 이후에는 인구구조가 더 나빠진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한다면 금리는 3%로 올라갈 것이다. 일본 정부는 GDP 대비 200%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어 금리 상승은 역효과를 낼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 인구가 많은 초고령 사회다. 일본에서는 65~74세를 전기 고령자,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라고 한다. 2020년은 후기 고령자 숫자가 전기 고령자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정년 연장하되 해외인력 더 많이 들어와야

-한국은 투자와 소비 모두 침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각국 정부가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쓰고 있지만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지표를 볼 때 2014~2019년 우리는 큰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경기침체에 대비해 사업 확대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접고, 비용을 줄이며 빚은 갚아야 한다. 정부도 지출을 줄여야 한다. 언제까지 QE 같은 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맞서 싸울 수는 없다.
가계는 일자리를 지키고, 빚을 줄여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주가 역시 하락할 거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가장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다면 미국 달러, 미국 채권에 투자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 달러는 올라갈 거다.”

-가계부채는 어떤가. 한국은 금액으론 1000조원, GDP 대비 비율로는 90% 수준이다.
“미국처럼 소비자들이 많은 빚을 지거나 능력을 넘어서는 부동산을 사도록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건 과도한 부동산 투자 때문이다. 미국 가계부채의 75%가 부동산 때문이다. 빚은 경기침체기에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60~70% 수준이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경기를 살리고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세금 인하를 준비 중이다.
“부동산 투자를 늘린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정책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을 통해 저신용자도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이게 결국은 부동산 거품 붕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종류의 부양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낼 뿐이고 장기적으론 경제를 악화시킨다.”

-인구구조의 변화란 큰 흐름 속에서 경기부양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못 낸다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정년을 늘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10~20년 내에 퇴직한다. 정년을 연장하지 않으면 정부가 연금·건강보험 등을 통해 그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경기침체기, 고령화 사회에선 사람들이 일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80~90세를 사는데 50~60세까지밖에 일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거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나라만이 나름의 발전을 누릴 수 있다.
일부 남유럽 국가는 오히려 정년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인 자살행위다. 한국은 외국인을 받아들인 역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어렵겠지만 동남아 지역의 노동자를 비롯해 해외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은 젊다. 고령화하는 한국 사회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이민자들의 언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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