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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만 제공 … 경영 컨설팅·교육은 수박 겉핥기

중앙선데이 2013.08.24 23:52 337호 8면 지면보기
대학 졸업 후 IT관련 창업을 준비 중인 이정훈(28·가명)씨는 지난 5월 A창업지원센터에 입소했다. 처음에 이씨는 기대에 부풀었다.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할 뿐 아니라 창업 교육, 컨설팅과 창업 멘토까지 소개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기대는 무너졌다. 6월 중순께 급한 문제로 창업 컨설턴트를 만나 조언을 요청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는 “알아보겠다”고만 말하고선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피했다. 이씨는 “처음에 들은 창업 조언이라는 게 인터넷 서핑이나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기본적인 것에 불과했다”며 “멘토가 다니는 회사에까지 연락한 지난달 하순에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간단한 도움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지원센터도 부실

 사무실 제공에서 경영 컨설팅까지 창업을 위한 ‘올인원’ 지원을 앞세우고 있는 창업지원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기업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지원센터는 전국에 모두 275개.

 그러나 입주자들은 “단지 사무실만 내줄 뿐이지 경영 컨설팅, 교육은 부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을 준비 중인 김모(31)씨는 얼마 전 운영자금이 부족해 창업 지원센터 멘토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가 권한 건 이미 지원기간이 끝난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끝났다”고 하자 “그러면 내년에 다시 지원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금지원을 위한 서류에 대해 물어도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김씨는 “일부 멘토들은 창업 준비자들에게 ‘조언했다’는 흉내만 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청년창업센터 관계자는 “해당 업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 가운데 멘토를 선정하지만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있다”며 “지난해 18명의 컨설턴트 가운데 만족도가 낮은 5명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만족도 조사를 통해 꾸준히 불량 멘토를 가려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도 ‘수박겉 핥기’ 식이란 불만이 나온다. 김씨는 “대학에서 배운 기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더 들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의 청년창업가 커뮤니티에는 “태풍을 뚫고 참석한 교육인데 취업설명회에서나 하는 말을 듣고 나왔다”(아이디 trabi), “영양가 없더군요”(아이디 mrrs) 같은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창업 지원자의 의견을 반영해 부가세 실무 교육 등과 같은 맞춤형 교육을 개발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창업지원프로그램을 마친 졸업자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년사관학교 관계자는 “졸업자를 대상으로 연 4회씩 애로사항 조사를 하고 있지만 전담 직원이 없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인 이 대학 재료공학과 홍국선 교수는 “창업 초기에 집중되어 있는 지원책을 중·장기적인 지원으로 전환하고, 창업 후 폐업한 실패 사례를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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