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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경찰청장 취임 이후 첫 인터뷰

중앙일보 2013.08.24 02:30 종합 19면 지면보기
20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장 접견실에서 만난 이성한 경찰청장.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시위 현장에서의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수 기자]


지난달 3일 저녁 경찰청 지하 강당에선 이례적으로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강당엔 경찰관과 일반 관객 등 6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영화제목은 ‘감시자들’. 과학 수사에 관심이 많은 이성한 경찰청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청장은 2002년 경찰청 과학수사과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영화 '감시자들'에 나오는 수사조직 있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폐쇄회로TV(CCTV)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눈으로 모든 걸 기억해 범죄자를 찾아내는 경찰관들의 이야기다. 실제 경찰청엔 영화에 나오는 ‘특수범죄과 감시반’이란 조직이 없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첨단 수사기법은 우리 경찰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최근 범죄는 사이버상을 중심으로 첨단화·지능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는 2000년 2222건에서 지난해 10만8223건으로 12년간 약 48배 늘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영화 감시자들 같은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찰 수사는 정보통신·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장 접견실에서 중앙일보 정철근 사회2부장이 진행했다.



  - 영화 ‘감시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화 속 수사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 ‘감시자들’에 나오는 감시반과 유사한 조직을 실제로 신설한다면 첨단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몹시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영화 그대로는)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겠지만….”



 - 경찰청 과학수사과장으로 일하던 때에 비하면 경찰의 과학수사 능력은 얼마나 발전했나.



 “과학수사과장을 할 때 대구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 감식 문제로 과학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을 때였다. 당시 족윤적 검색시스템(FTIS)을 처음으로 도입해 신발자국 증거 수사의 기초를 확립했다. 지난 10여 년간 혈흔형태 분석, 미세증거 분석 등 과학수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 경찰청 차원에서 새롭게 도입한 과학수사 기법이 있다면.



 “최근에는 ‘걸음걸이 분석 기법’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CCTV에 촬영된 인물과 용의자의 걸음걸이 특징을 비교·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CCTV상으로 용의자의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 경우 사용된다. 지난 5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택에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CCTV 화면에 찍힌 사람들의 걸음걸이 분석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일도 있었다.”



 - 첨단 수사를 위해선 CCTV 영상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CCTV 활용은 수사의 기초 중 기초다. 최근에는 경찰과 구청이 운영하는 CCTV를 총괄하는 통합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CTV를 통합 운영하면서 범죄 현장을 더 촘촘히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경찰이 운영 중인 CCTV의 화질이 좀 떨어진다. 200만 화소 이상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는 CCTV로 단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전국지방청장 화상 회의를 열고 있다. 이 청장은 “따뜻한 서비스로 신뢰받는 경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뉴시스]
 - 사이버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대책은.



 “경찰청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현재 경찰청에서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형태로 운영 중인 조직을 ‘사이버 안전국’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사이버 안전국이 신설되면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범죄 상황을 스크린하고 새로운 수사 기법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범죄가 진화하는 것 이상으로 사이버 범죄를 소탕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



 - 현재 한국 경찰의 사이버 수사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사이버 수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기관이 경찰이다. 최근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사이버 수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FBI로부터 공조수사를 의뢰받아 미국 시중 은행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국제 금융사기 조직을 붙잡기도 했다. FBI가 수사 파트너로 인정할 만큼 우리 경찰의 사이버 수사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척결’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6개월간 경찰은 4대 악 척결에 모든 경찰력을 집중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달 초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국민안전체감도에서 ‘안전 정책이 강화됐다’고 답한 성인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1000명)의 38.1%에 불과했다.



 - 4대 악에 집중하느라 다른 강력 범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은 4대 악 근절을 위해 전국 경찰서에 추진본부를 설치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 결과적으로 강도·절도 등 5대 범죄 검거율이 소폭 늘어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실적보다는 홍보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범죄 소탕 실적보다 4대 악 척결 홍보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앞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더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 학교폭력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있나.



 “전국 경찰에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681명을 배치했다. 현재는 전담경찰관 1명당 학교 17개를 담당하는데, 1인당 최소 10개교를 담당하도록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폭력 학생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학생의 회복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



 - 2020년이면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노인 안전이 중요한 치안 문제로 떠오를 것 같은데.



 “올 초 중앙일보의 기획 시리즈 ‘초고령사회의 그늘, 취약한 노인 안전’ 기사(1월 14~16일)를 잘 봤다. 노령 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 대상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선 경찰에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 각 지방청에 노인·장애인계를 신설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외사통’으로 통한다. 2006년부터 3년간 주미대사관 참사관을 지냈고, 2010년 본청 외사국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외국인 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 외국인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국내 체류 외국인이 150만 명 가까이 된다. 외국인 집단 거주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신고도 잘 안 된다. 같은 국가 사람들끼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은 범죄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꺼리기도 한다. 신고했다가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강제출국될 것을 우려해서다.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피해자일 경우에는 진술 서류에 체류 자격을 기록하지 않도록 법무부와 협조했다.”



  -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경찰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조해 10월부터 서울에서 시범 실시되고 내년부터 부산·인천으로 확대된다. 우선 100여 명이 서울 7개 지역에 배치된다. 택시 바가지 요금 등 관광 중 불편한 사안들을 관광경찰이 해결해준다. 어학특기자 위주로 관광경찰을 선발할 계획이다. 외국어를 잘하는 의경 중에서도 뽑겠다. 관광경찰은 유니폼도 일반 경찰과는 다르게 디자인할 계획이다.”



 - 박근혜정부의 경찰 관련 공약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 2만 명 증원과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인력 증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매년 4000명씩 5년간 2만 명이 늘어난다. 증원된 인력은 민생치안과 4대 악 척결 관련 부서에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 건설업자 성접대 수사는 부실 수사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건설업자 성접대 사건은 경찰이 사건을 인지했다기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 경찰이 끌려들어가다시피 했던 측면이 있다. 2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송치해서 나름대로 결과를 냈지만 최초에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것에 비하면 수사가 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 성접대 수사 등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수사권 조정 문제도 삐걱거리는 것 같은데.



 “사건 하나하나를 놓고 따질 게 아니라 어떤 수사 시스템이 국민들을 위해 나은 것이냐를 기준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부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새로운 수사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는 경찰이 수사를 책임지고, 송치 이후에는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사건을 종결 짓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등 공권력이 훼손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법치 수준은 25위에 불과하다. 최근 울산 현대차 시위를 보면 아직도 현장에서 폭력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합법촉진 불법필벌(合法促進 不法必罰)’의 기조를 바탕으로 법을 지키는 집회는 보장하지만 법질서 파괴 사범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 재임 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범죄 척결과 함께 따뜻한 서비스로 신뢰받는 경찰을 만들고 싶다. 또 일선 경찰관들의 처우 개선과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자 한다.”



정리=정강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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