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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정치감사' 논란 … 양건, 결국

중앙일보 2013.08.24 01:11 종합 1면 지면보기
양건
양건 감사원장이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대통령도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스분석] 감사원장 사의
감사 결과 정권 따라 달라져
MB계 반발 … 내부 왕따설도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1년 3월 임명된 양 원장은 4년 임기 중 1년6개월 정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 양 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최근 감사원의 4대 강 사업 감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내부 갈등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감사원 일각에선 ‘사실상 경질’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 강 사업에 대해 2011년 1월 27일에는 ‘홍수에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발표했다가 올해 1월 17일에는 ‘11개 보(洑)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고, 지난 7월 10일에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이 추진돼 대규모 담합을 불렀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자 친이명박계는 “감사원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이재오 의원)며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4대 강 사업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하고, 필요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추진해 달라”며 감사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감사원의 매끄럽지 못한 업무처리에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양 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감사원은 필연적으로 이명박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데, 양 원장 입장에선 임명자(이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4대 강 감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대 강 감사결과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9월 정기국회 때 논란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사표를 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임명된 양 원장과 박근혜정부 출범 후 고위직으로 승진한 김영호 사무총장 등 간부들과의 불화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달 10일 4대 강 감사결과의 발표 방향을 놓고 양 원장과 고위 간부들 간에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양 원장은 4대 강 사업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감사결과를 내놓는 걸 부담스러워했으나 감사원 간부들이 반대해 양 원장의 뜻이 관철되지 못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 강 감사 문제 때문에 감사위원, 고위 간부들과 사이가 다 틀어져 ‘왕따설’도 나왔다”며 “박근혜정부에서 임명·승진한 사람들과 사이가 나쁘다는 건 청와대와도 사이가 안 좋았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양 원장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양 원장에 대해선 새 정부 출범 때부터 교체설이 우세했다. 당시 청와대에선 “양 원장의 교체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일)”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하지만 새 정부가 시작되자마자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포함한 인사 사고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양 원장을 일단 유임시켰다. 양 원장의 한 지인은 “양 원장으로선 버틸 만큼 버티다 이제 물러나겠다고 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임명한 이종남 전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해줬을 뿐 김영준(노태우→김영삼), 전윤철(노무현→이명박) 전 감사원장 등 권력교체기의 감사원장은 상당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양 원장도 그런 전철을 밟게 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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