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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달인 보시라이 반격 … 공개재판, 시진핑 자충수?

중앙일보 2013.08.24 01:06 종합 3면 지면보기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서기의 뇌물 수수 혐의에 관한 아내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담은 동영상이 23일 공개됐다. 검찰 측이 지난 10일 사전 촬영해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보시라이 재판이 열린 산둥성 지난시 중급법원 근처의 호텔에서 기자들이 구카이라이의 증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AP=뉴시스]


부패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재판이 중국 정부의 자충수가 돼 가는 양상이다. 중국은 스스로 법치국가이며 부패 척결엔 지위 고하가 없다는 점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재판을 공개했다. 하지만 보 전 서기가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하면서 그가 청산 대상이 아닌 정치적 희생양으로 부각되고 있는 까닭이다.

재판 중계해 부패 상징 부각 노려
보 "기율위 회유·압박했다" 역이용
증거 없는 증언에 "잡담한다" 공세
부패척결 디딤돌 삼을 전략 차질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법원에서 23일 속개된 재판에서 보 전 서기는 이틀째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 회장이 보의 가족을 위해 사 준 프랑스 호화 별장 사진을 제시하며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보는 “본 적도 없고 기억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녹화 증언을 들이밀었다. 구는 “프랑스 별장을 산 뒤 보에게 모두 얘기했으며, 특히 별장이 워낙 커 내장 공사를 할 때 사진을 보여 주며 그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 전 서기는 “구의 증언이나 쉬밍의 얘기는 모두 허구”라고 부인했다.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도 서면 진술서에서 “별장의 차명 관리인들과 구 사이에 임대수익 분배 문제로 갈등이 생겼고, 자신이 이를 상관인 보시라이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서도 보 전 서기는 “잡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전날 재판에서도 보는 2679만 위안(약 49억원)의 뇌물과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보 전 서기는 재판장을 향해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기까지 했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23일 산둥성 인민법원 5호 법정에서 변론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보 전 서기가 예상을 깨고 강하게 반발한 것과 관련, 권력의 생리를 알고 있는 그가 검찰과 당 기율위를 역이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는 “기율위의 회유와 압력으로 자백했다”고 했다. 이는 조사 과정에서 기소 범위를 두고 묵계나 거래가 있었다는 시사다. 실제 기율위는 보의 6가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검찰은 ‘여인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 3가지 혐의는 제외하고 뇌물수수·횡령·직권남용 혐의만 기소했다. 회유에 응해 혐의를 줄인 다음 재판을 통해 반격을 노렸다는 것이다.



 검찰이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보 측의 반격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장리판(章立凡) 중국정치분석가는 “전체적으로 검찰은 준비가 부족해 수세에 몰렸고 보 측은 아주 쉽게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보 전 서기가 언론을 충분히 활용한 것도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든 이유다. 충칭시 서기 재임 당시 그는 ‘창훙다헤이(唱紅打黑·혁명가를 부르고 범죄세력을 제거함)’를 주도하면서 모든 행사에 언론 취재를 허용해 민심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때 ‘홍보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보는 재판 첫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재판이 중계된다는 사실을 알고 증언만 있고 증거가 없는 검찰을 공격했다. 홍콩의 중국정치전문가 쑤라(蘇拉)는 “보 전 서기는 자신의 지지세력이 있고 언론의 힘을 활용하면 권력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 권력이 이를 간과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는데도 법원이 중형을 선고할 경우 ‘법치국가’라는 이미지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형을 선고하지 못할 경우 호랑이(거물 부패정치인)도 잡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패 척결’ 칼날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토요일인 24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재판을 속개한다고 밝힌 뒤 이틀째 재판을 끝냈다. 사흘째인 24일 재판에서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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