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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상봉, 내달 25~30일 금강산서 … 11월 한번 더

중앙일보 2013.08.24 00:59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회담 북측 대표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오른쪽 둘째)이 23일 판문점 군사분계선(DMZ)을 넘고 있다. [사진 통일부]


남북 이산가족 각 100명이 만나는 상봉행사가 다음 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다. 또 10월 22일부터 이틀간 각 40가족이 화상상봉 방식으로 만난다. 남북한은 22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4개 항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판문점 실무접촉서 합의
양측 100명씩 … 규모는 못 늘려
추석 전후 시한 쫓겨 북 요구 수용
10월 22·23일엔 화상 상봉도



 양측은 11월 중에 이산가족 상봉을 한 차례 더 진행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를 위해 추석 상봉이 끝난 직후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시 열기로 했다.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사확인·서신교환 실시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오전 10시부터 40분간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통일부 정책기획과장)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서울·평양 동시교환 방문 형태로 각 200명이 상대 측 가족을 만나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교통·숙박이 불편한 금강산 상봉에서 벗어나고, 100명 수준이던 규모도 늘린 것이다.



 이에 대해 북측 단장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은 관례대로 각 100명이 금강산에서 만나자고 주장했고, 줄다리기 끝에 남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남북 합의에 따라 양측은 29일 판문점을 통해 각 200~250명의 생사확인 의뢰서를 상대 측에 전달하고, 9월 13일에는 그 결과를 통보받기로 했다. 다음 달 25일 남측이 선정한 100명이 금강산을 방문해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2박3일간 만나고, 28일부터는 북측이 뽑은 100가족이 남측의 가족과 상봉한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24일부터 컴퓨터 추첨방식을 통한 후보자(3배수) 선정작업 등에 착수한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이 대북지원을 요구하거나 금강산 관광 재개 당국회담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한이 추석 상봉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 관계의 다른 현안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의 만남을 재개함으로써 남북 경협사업이나 대북지원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협상 타결을 너무 서둘렀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추석 전후’라는 시점에 맞추느라 북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만 게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는 당초 상봉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장소도 금강산에서 서울·평양으로 바꿔 고령 이산가족들의 교통·숙소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방안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국군포로·납북자란 표현 대신 ‘전쟁과 그 이후 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란 애매한 표현을 쓰면서 협상에 임했지만 합의문에 담아내지 못했다. 강성윤 동국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7만 명(12만 명 신청자 중 5만 명 이미 사망)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의 바람을 임기 중에 모두 들어준다는 각오로 그랜드 플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이후 3년 만의 상봉인데 규모조차 늘리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11월 추가 상봉을 위한 적십자 접촉에 합의했으니 규모를 늘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에 이어 박 대통령의 상봉 제안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만든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회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인접한 원산지역 관광특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원산 관광특구 조성과 해외자본 유치 등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교시로 북한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군사연습(19~30일)이 한창인 때 북한 군부가 판문점 남측지역에서의 회담을 허용한 것도 이런 북한 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게 정부 당국의 해석이다.



 정부는 앞으로 상봉 규모의 확대와 서울·평양 상봉 복원, 상봉 정례화 등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북측과의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에도 적극적인 입장으로 임해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 관계의 양대 축을 형성한 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 등을 현실화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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