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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무상급식, 지속 가능한가

중앙일보 2013.08.24 00:5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경기도가 최근 내년도 예산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하고 일부 지자체가 동조하면서 무상급식 논란이 2년 만에 재연됐다. 당시엔 “무상급식을 하자”는 쪽이 주도권을 쥐었다면 지금은 “재정이 감당키 어렵다”는 쪽이 공세적이다. 이에 대해 “무상급식은 미래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윤리적 투자”란 주장과 “보편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만큼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박이 엇갈린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부양 의무 질 미래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무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예산에서 무상급식 비용을 전액 삭감한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인천시는 올해 수준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배정할 입장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마침 양쪽 광역단체장이 여야로 나뉘어 있기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할 조짐도 없지 않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측의 주된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 다른 하나는 윤리적 문제다. 무상급식 소요 예산이 지자체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다른 부문의 생산적 투자를 위축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 경제적 문제다.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공짜 심리를 조장해 장차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기에 비교육적인 정책이라는 것이 윤리적 문제다. 덧붙여 초·중등 교육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소산이라는 정치적 주장도 있다.



 이런 반대 논리가 전혀 일리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무상급식을 시행하자는 이유 역시 경제적, 윤리적, 사회적 견지에서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무상급식이 친환경 유기농의 로컬푸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소비시장에서의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무상급식은 또 가계소득의 간접적 증대 효과로 인한 새로운 구매력 창출뿐 아니라 식자재 생산 및 식품안전성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낳는다.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무상급식은 기성세대의 책무에 해당한다. 누구를 위한 경제발전이며 미래 투자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를 넘어 이제는 국민 행복을 얘기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경제가 얼마나 더 성장해야 자라나는 세대에게 기꺼이 무상급식을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어쨌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사실 2040년대에 이르면 경제활동인구 4인이 은퇴한 노령층 인구 1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그 부담에 대한 고마움을 미리 앞당겨 표시하는 것이 무상급식일 수 있다. 무상급식이야말로 기성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윤리적인 투자인 셈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양측 모두 국가 장래를 걱정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무상급식 찬반 논쟁은 궁극적으로 세금을 어느 정도 내고 그 세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예컨대 4대 강의 홍수 조절과 수질 개선, 아니면 저출산 문제 완화와 인재 양성을 놓고 볼 때 과연 어느 것이 급선무일까?



 사회 양극화 문제가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는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편이 못사는 집단이거나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이 잘사는 집단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지금의 무상급식 찬반론은 세대간·지역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정치적 견해 차이에 지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앞으로의 정치적 차이, 그것이 무상급식 찬반보다는 정책 우선순위 결정과 그 예산 집행의 감시를 통해 존재 의의를 드러내기를 기대한다. 무상급식 논쟁, 그건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다. 정책 대상이기 이전에 철학 가치의 영역이기에 무상급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지자체들 수정 검토 … 무상≠공짜 드러나



임동욱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2011년 8월 24일 서울시는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자리를 걸었다. 투표 결과는 오 전 시장에게 참혹했다. 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에 못 미쳐 투표함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그는 퇴임했다. 평가는 초연·용기와 집착·만용으로 엇갈렸다. 주민투표 이후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무상급식이 당연해졌다. 현재 학교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의 94.6%, 중학교의 75%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못하겠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경남·대구·경북 등은 재정 부담으로 정책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저마다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무상복지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다시 대두된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이행 논란과 함께 무상급식은 불과 2년 만에 복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2011년과 지금의 무상급식 논란을 다른 차원에서 본다. 2011년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고 지금은 방법의 문제라는 인식이 대표적 예이다. 2011년에는 프레임에 갇혀서 전면 시행에 반대하면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것으로 보였다.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공직을 내려놓은 결과 때문에 단계적 시행이라는 진실이 가려졌다. 2011년 8월과 지금의 무상급식은 다른 듯이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2011년 8월에도 무상급식 시행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전면 무상이냐 단계적 무상이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겨우 2년 전에 겪은 진통을 되풀이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복지철학이 안일하고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무상을 공짜로 생각하는 정신 나간 사람은 없다. 무상의 이면에는 나와 누군가의 부담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무상급식 주장은 이 무서운 진실을 덮고 있었다. 지자체의 무상급식 관련 예산파동이 전하는 메시지는 ‘세금 없는 보편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진리다. 차제에 무상이라는 말이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세금급식이나 의무급식이 무상급식보다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



 우리를 위해서 나도 부담을 안고 때로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복지의 선택지가 구체적으로 펼쳐지면 논쟁은 시작된다. 증세 또는 세출 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때는 모두 이기적이 된다. 내 이익이 최우선 기준이다. 내가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고 고통은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지가 결정의 잣대이다. 개인의 이해가 첨예하게 표출될 때 사회적 합의가 중요해진다. 합의는 갈등과 문제를 극복해내는 힘이다. 너와 나를 함께 아우르는 참 우리를 찾아내는 동력이다. ‘기꺼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저항 없는’ 납세는 사회적 합의를 상징한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복지라야 생명력이 있고 지속 가능하다.



 숙의민주주의의 정신은 합의 도출에 효과가 있다. 그 정신은 지속 가능한 복지를 구현하는 단초가 된다. 진정성 있는 납득 과정은 조세저항을 최소화시킨다. 복지가 재정 여건과 경제 전망에 기초하니 재정건전성이 담보된다. 초고령 사회와 통일·안보비용 등 복지 환경을 고려하면서 복지의 수준과 질이 결정된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버티고 있으니 ‘전면 시행’이나 ‘무상 시리즈’ 같은 광풍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끊임없이 더 분명하게 부담하고 혜택을 받으면서 조금씩 전진하는 그런 복지가 그립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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