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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올여름 취업용 스팸 많이 드셨나요

중앙일보 2013.08.24 00:48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해성
대구대 행정학과 4학년
어느 손님이 식당에 갔다. 그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종업원이 소개하는 메뉴에 귀 기울여 듣는다.



“맙소사!” 메뉴를 듣는 순간 손님은 당황한다. ‘달걀과 스팸, 베이컨과 스팸, 소시지와 스팸’. 모든 메뉴에 통조림 햄인 스팸(Spam)이 들어 있다.



“스팸! 스팸! 스팸!”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계속 ‘스팸’을 외쳐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손님은 스팸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먹어야 한다. 다행히 스팸 식당은 실제로 없다. 1970년대 영국에서 방영됐던 코미디 시리즈 ‘몬티 파이돈의 나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의 한 장면이다.



 스팸은 손님이 뭘 먹고 싶은지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 투입된다. 수신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전송되는 스팸 메일이 그렇다. 취업에 허기진 대학생들만 먹는 특별한 스팸도 있다. 스펙(Spec), 열정(Passion), 학력(Academic background), 멘토(Mentor) 경력. 취업의 네 가지 조건으로 만들어진 한국산 스팸(S.P.A.M)이다.



 대학생에게 여름방학은 중요하다. ‘취업용 스팸’을 집중적으로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도서관에는 토익과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하다. 스펙 쌓는 비결을 전수하는 멘토의 강연에 저절로 눈이 간다. ‘농활’보다는 기업이 주관하는 해외봉사에 관심이 많다. 자기소개서에 쓰는 한 줄로 기업이 원하는 열정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열정을 기대하지만, 초라한 스펙 때문에 열정을 보여 줄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멘토로 알려진 김모씨는 ‘스펙보다 열정’을 강조해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허위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그의 거짓말은 성공하기 위해 이력을 속인 행동이 문제였지만 스펙, 열정, 학력, 멘토를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 ‘취업용 스팸’의 맛에 길든 대학생들도 거짓의 탈을 쓴 짝퉁으로 변할 수 있다. 어느 취업 정보 사이트의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 5명 중 1명은 취업을 위해서라면 학력 위조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짝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취업용 스팸’이 대량 생산되면서 대학생들은 원하지 않아도 그것을 먹어야 한다. 요즘 획일화된 스펙보다 참신한 스토리(Story)를 통한 채용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스토리’가 첨가된 새로운 스팸도 나올 기세다. 과식으로 인해 활동의 주체성은 점점 잃어간다. 자꾸 넘쳐만 가는 스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거부할 수 없다. 꾸준히 먹지 않으면 달콤한 ‘성공’의 후식을 맛볼 수 없게 된다. ‘스팸’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세상의 목소리는 여전히 청년들의 귓가에 맴돌고 있다. “스팸! 스팸! 스팸!”



최해성 대구대 행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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