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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솔직한 대화, 한·중 관계 살린다

중앙일보 2013.08.24 00:44 종합 29면 지면보기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13차 한·중지도자포럼(20일)을 통해 한·중 정상회담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발전과 한반도비핵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한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목표를 추구는 데 의견이 다를 바 없다. 다만 어떤 수단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다를 수 있다.



 중국은 대북한 정책에 있어 한국이 추구하는 관점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가까워야 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균형도 필요하지만 북한의 행동양식에 대해 국제적 규범에 맞도록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북한의 독자적 행태를 납득할 수 없기에 유엔까지 나서서 제재를 원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를 막아 달라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면서 협상테이블에도 앉지 못한다면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할 수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핵심사항은 무엇이겠는가. 두 방안이 있다. 첫째는 북한에 대규모 현금과 물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까지 하면서 비리 혐의로, 부패로 규정지어져 이제는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목표에 대해 한국이 도움이 된다고 북한이 여긴다면 남북한 대화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북한은 1953년 맺어진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이행해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자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이 미국의 유력한 조언자로서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북한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 투명성이 보장되고 상호주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 측에서 질문했다.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중국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설득해 보라는 것이다.



통일을 향한 과정과 통일 이후 상호 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통일외교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고려를 감안해 역내 세력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통일 후 주한미군의 역할을 포함해 폭넓고도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통일된 한반도가 결코 중국과 적대적 관계가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 흡수통일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하며,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회의를 마치며 중국인민외교학회에서 리자오싱(李肇星) 명예회장(전 외교부장) 주최 만찬이 열렸다. 2007년 11월 제주도에서 그는 나에게 자작시로 만든 시집을 선물했다. 중문과 영문으로 이뤄진 영롱한 시 100수(詩百首)가 실려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골라 중국어와 영어로 낭송했다. 마침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의 히틀러에 비유한 헌법 개정 발언이 있었기에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되었다.



 모차르트와 히틀러의 고향에서: 똑같은 태양/똑같은 달빛/유명한 두 사람/고향이 똑같네/음표로 봄날을 장식하니/아름다운 교향악과 영생을 누리네/폭탄으로 봄날을 파괴하니/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그 누가 알까나?





 이 혜안의 시를 그는 20년 전 1993년에 노래했다. 너무나도 커다란 감동이었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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