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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아베 정권 때리기'보다 중요한 것

중앙일보 2013.08.24 00:36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현기
도쿄 총국장
요즘 일본 방송가의 최대 히트작은 TBS의 일요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다. 은행 내부의 암투, 감독기관의 모순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한자와의 단골 대사는 “당하면 당한 만큼 갚는다. 갑절로 되갚아주마.” ‘얌전한’ 일본 샐러리맨들의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 이 대사는 ‘올해의 유행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사가 일본 최대 주간지 ‘슈칸분슌’ 최신호의 큰 제목으로 잡혔다. 하지만 타깃이 다르다. 제목은 ‘한국에 배로 갚아주마’. 부제목은 ‘귀찮은 이웃(한국)을 침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10월 17~20일) 때 아베 신조 총리를 참배하게 하고, 100억 엔(약 1150억원)의 로비 예산을 써 ‘미국 내 친한파 격리’를 추진하고, 한국에 수출하는 부품에 100% 관세를 부과해 한국 경제를 고사시키자는 내용이다.



 가소롭다 할까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예전에 없던 이런 주장이 주간지 톱으로 실리고, 그 광고 카피들이 일본 내 지하철을 도배하고 있다. 일간지나 TV도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부쩍 한국 관련 나쁜 뉴스가 있으면 의도적으로 키우고 교묘하게 비꼬는 걸 동종 업계 종사자의 육감으로 느낄 수 있다. 일본 독자와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거기에 빨려간다. 언제부터인가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버린 반한 감정,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한국의 반일(反日)에 욱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한국에선 “우익성향이 강한 아베 정권 때문”이라 말한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성향으로 따지면 아베 1기 정권(2006년 9월~2007년 9월) 때가 더 했다. 그때는 말뿐이 아니었다. 1947년 제정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던 교육기본법을 전광석화처럼 갈아치워버렸고, 개헌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도 강행처리했다.



그러나 아베를 포함한 보수우익 정치인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일본 국민은 냉정했다. 언론도 견제에 충실했다. “(위안부 동원의) 협의의 강제성은 없었다”며 한국을 도발했지만 보통 일본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국에 대한 일종의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아베 정권을 응징했다.



 2013년 8월의 일본이 그때와 달라졌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의 행동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아베 총리를 정식 초대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었는가. 당시 아베가 취임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댔다면 한·일관계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보고 선 제압하는 전략적 외교를 과연 우리는 하고 있는가.



 또 하나. ‘일본? 일단 조져!’를 반복하는 무분별한 일부 한국 언론의 행태는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 해도 지나치다. 사실에 입각한 적확한 비판이 아닌 무차별적인 일본 때리기는 보통 일본 국민을 ‘반한’으로 만들 뿐이다. 아베 정권? 기껏해야 수년이다. 우리에게 보다 소중한 건 수십 년, 수백 년 같이 가야 할 일본 국민이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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