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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컬러 정치' … 패션으로 메시지 전달, 휴가지 편한 치마

중앙일보 2013.08.24 00:26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미지가 말을 하는 시대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1960년 케네디 미 대통령이 텔레비전 선거 토론에서 발휘한 위력은 ‘역동적 이미지’였다. 경쟁자 닉슨 후보의 ‘노련한 이미지’를 압도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를 ‘이미지 정치 시대’로 이끄는 새 흐름을 형성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지 정치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 취임 6개월 이미지 분석
주황·녹색·보라색 등 밝은 이미지
"남대문 시장 박근혜 스타일 유행"
낮은 목소리, 바른 자세 신뢰감

 미국에 비해 한국은 이미지 정치에 관한 한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9월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를 조사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유형’으로 분류되며, 부드러움과 치밀함이 조화된 스타일로 평가받았다. 25일은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이 되는 날이다. 박 대통령의 6개월간 ‘이미지 성적표’는 어떨까.



외모·태도·소통 3개 항목 평가



1 당선 전 박근혜 대통령은 어두운 컬러의 옷을 입곤 했다. 2,3 당선 후 패션 컬러가 확 달라졌다. 채도가 높은 꽃분홍색·주황색 패션으로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선보였다. 4,5,6,7 외교 행사가 아닌 일반 상황에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색을 선택했다. [중앙포토]


비영리조직으로 1990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이미지컨설턴트협회(AICI)의 측정 기준으로 ‘A-B-C 분석’이 있다. A-B-C는 영어의 첫 글자를 땄다. A는 Appearance(어피어런스) 즉 외모다. 구체적으로 패션과 헤어 스타일, 화장, 컬러, 액세서리 등을 망라한다. B는 Behavior(비헤이비어) 즉 태도다. 태도에는 마인드(노하우), 라이프 스타일, 네트워킹, 스트레스 제어력, 에티켓, 외교 프로토콜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C는 소통으로 번역되는 Communication(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 항목엔 말하기, 신체적 언어, 관계 형성, 갈등 해소법, 음성 등이 들어있다.



국제이미지컨설턴트협회 한국지회(AICI KOREA·회장 허은아)의 협조로 박 대통령의 6개월간 이미지에 ‘A-B-C 분석’을 적용해 봤다. 허 회장은 “몸짓뿐만 아니라 낮은 목소리, 격식을 차린 옷차림, 바른 자세, 빠르지 않은 걸음걸이 등 비(非)언어 표현이 세련되고 기품 있으며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며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외모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은 당선 전과 확 달라진 패션 스타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선 전 즐겨 입던 검정, 흰색, 카키색, 와인색 등 채도가 낮고 어두운 색 대신에 그와 대비되는 주황색, 꽃분홍색 같이 채도가 높은 컬러로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선보였다.



 스피치 컨설턴트 우설리씨는 “남대문시장에 나가보면 ‘박근혜 스타일’이라 부를 만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중년 여성들 사이에 큰 화제일 정도로 박 대통령의 패션이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한마디로 ‘컬러 정치’라고 요약했다. 강 소장은 “전반적으로 많이 웃으면서 밝은 이미지가 많아졌고 색채가 밝아졌다. 후보 시절에 비해 대통령이 된 이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의상의 컬러다. 컬러 정치라 할 수 있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컬러를 잘 대입했다”고 분석했다.



 허 회장은 “외교 상대국을 배려하는 패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방문 기간의 이미지는 단연 돋보였다. 방미 때 박 대통령의 패션은 녹색과 푸른색 계열 의상이었다.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는 우방의 컬러를 배려한 것이다. 또 방중 패션은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조미경 CMK이미지코리아 대표는 “롱 재킷과 바지 정장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단정하면서 신뢰감 있는 이미지였다. 특히 때와 장소, 목적에 맞는 컬러를 잘 선택했다 ”고 말했다.



1,2 외교 상대국을 배려하는 패션이 인상적이었다. 방미 땐 녹색·푸른색 계열 의상을, 방중 땐 붉은색·분홍색으로 시선을 모았다. 3 평소에는 바지를 주로 입었으나 여름휴가 땐 치마 의상을 선보였다. 4 밝은 미소와 다소곳한 자세는 박 대통령 인사법의 특징이지만 악수할 때 손등을 위로 하거나 힘을 주지 않는 모습은 따뜻한 이미지와 다소 상반된다. 5 회의에 착석한 사람들은 받아 적고만 있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6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할 때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중앙포토]


 외교적인 상황을 빼고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즐겨 택한 컬러는 녹색, 보라색, 흰색, 푸른색 계열이었다. 허 회장은 “평상시엔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컬러를 많이 활용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지 패션으로 일관해온 점은 이해할 만하다. 여름휴가 때 처음으로 치마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고정적인 틀 깨기를 시도한 점도 좋아 보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가운데 태도 역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요가로 단련된 박 대통령의 다소곳하며 바른 자세는 깔끔하면서 예의 바른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모범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은 박 대통령이 악수할 때 잘 드러난다.



 허 회장은 “상대에 대한 다소곳한 자세와 상대적으로 작은 키로 인해 우러러보는 듯한 자세, 그리고 상대를 향한 밝은 미소와 눈맞춤은 박 대통령의 ‘악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면서 “다만 손등을 위로 향해 내미는 듯한 악수법은 영국 여왕의 악수법을 떠올리게 해 소통과 존중의 악수법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후보 때나 대통령이 된 후나 항상 겸손한 자세가 일관돼 보인다”며 “조용조용한 동작을 보이는 가운데 연설할 때의 손 동작도 정확하고 자연스럽다”고 했다. 반면 우설리씨는 “박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데 주로 손에 힘을 주지 않는 모습이 많이 나와 따뜻한 이미지와는 다소 상반돼 보였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바른 자세가 자칫 경직된 이미지로 연결되는 경향을 주의해야 한다”며 “ 올바르고 예의 바르면서도 더 다가서야 할 때는 확실히 다가서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회의 전 아이스브레이킹 필요”



 소통 항목은 외모·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국민이 대통령을 접하는 것은 대개 미디어를 통할 수밖에 없다. 회의 석상에서 관료와 정치인, 비서관과 함께 나올 때의 이미지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 자신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여도 함께 참석한 사람들이 열심히 받아 적고만 있는 모습이 화면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박 대통령이 말할 땐 참석자들이 손으로 듣고(받아 적기에 바쁘고), 오바마가 말할 땐 온몸(마음)으로 듣는 듯하다”며 “회의가 본격 진행되기 전에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가벼운 이야기로 대화나 모임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일)을 시도하거나, 서로를 응시하며 보디랭귀지(body language:표정과 몸짓을 통한 감정과 생각의 전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취임 초엔 여성스러움이 강조되는 듯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 표정과 몸짓이 점차 강력해지고 좀 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대통령의 화법에서 후보 시절의 단호함보다는 좀 더 여지를 두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손 동작이나 걸음걸이를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연출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고 말했다. 우씨는 “외국어로 연설할 때 발성도 훌륭하고 시원하면서 강한 느낌을 준 점은 성공적인 외교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더가 지향하는 목표와 철학을 반영하는 게 이미지다. 대중은 미디어에 비친 모습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일반인이 대통령을 접하는 것이 미디어를 통해서라면 이미지는 전략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능력과 준비는 기본이고, 그 내실을 어떻게 국민에게 보이게 할 것인가가 소통의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예컨대 넥타이를 무슨 색으로 할지, 소매를 두 번 접을지 세 번 접을지, 토론 연단에 걸어 올라갈지 뛰어 오를지 등이 사전 각본에 의해 연출된다.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가 38%, 보디랭귀지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메라비언 법칙’이라고 부른다.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를 통해 처음 이론화했다. 각종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메라비언 법칙을 기반으로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뒤를 오바마 대통령이 잇고 있다.



  허 회장은 “한국에서도 정치인과 대기업 CEO들의 활용도가 점차 느는 추세다. 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리더의 능력과 내실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선 이미지가 결국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도움말 주신 분=국제이미지컨설턴트협회 한국지회(AICI KOREA) 회장 허은아(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 우설리 스피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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