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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사면 투자고 집 사면 투기냐… 민주당 운동권 출신들 생각 안 바꿔"

중앙일보 2013.08.24 00:18 종합 18면 지면보기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정부가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주택 구입자금 부담을 덜어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파와 관계없이 할 말은 하는 ‘돌직구 정치인’. 경제관료 30년과 국회의원 10년을 지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관료시절 강단 있는 소신으로 유명했던 그는 국회에서도 같은 당의 386세대 국회의원들과 논쟁을 피하지 않았다. 23일 서울 명동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비판력은 여전했다. 비판의 칼날은 청와대는 물론 여야 구분 없이 향했다. 특히 전·월세 대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과거의 틀에 갇힌 발상으로 대책을 만들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쓴소리 한 민주당 출신 강봉균 전 장관



 - 국민이나 정부나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게 주택 문제다. 매매는 안 되고, 전세 가격은 치솟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무조건 잘했다는 식으로 보는 것처럼 부동산 정책도 투기 막는 게 우선이라는 과거의 생각 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부동산 투기 방지가 아니라 침체된 부동산·주택 시장을 살려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같은 주택금융제도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활황기 때 투기 억제하려고 비상용으로 썼던 거다. 그걸 그냥 유지하고 있으니 주택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 거품이 빠진다는 의미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 펴고, 일본도 엔화를 시중에 풀지 않나. 그 나라 정부가 효과를 측정할 때 쓰는 척도가 주택 가격이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돈 푸는 이유가 개인들이 갖고 있는 자산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거다. 자산가치가 계속 떨어져 손해가 발생할 거라면 집을 왜 사겠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안 쓰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 그렇다면 집값이 올라야 하는 건가.



 “그렇다. 지금은 주택 시장을 살려야 할 때니까. 그러려면 사람들이 집을 사야 한다. 왜 집 사려는 사람이 없겠나. 집 사면서 몇 억원씩 쓰고 나서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을 사면 가격이 반드시 올라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30년 넘게 살아왔다. 정부가 그런 시장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정부가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주택 구입자금 부담을 덜어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주택 시장을 살리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국민들이 내 집 갖는 걸 지원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주택 정책이다. ‘내 집 마련이 최고’라고 사람들이 생각했었는데, 그땐 집을 산다는 건 ‘주거공간 확보+자산 증식’이라는 공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 깨지니까 다 전·월세로 산다. 해결 열쇠가 바로 여기 있다. 그 전·월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바꿔줘야 한다. 그러려면 공식이 다시 살아나야 하고, 결국 집값을 올라가게 유도할 수밖에 없다.”



 - 그 해법 역시 주택금융제도 개선에 있는 건가.



 “금융 선진국에서는 집은 없지만 직장이 확실한 청년들한테 주택 구입자금을 100% 빌려준다. 상환 기간은 30년씩 장기로 설정한다. 2008년 주택모기지(담보대출) 때문에 세계적으로 금융 시장에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그건 융자 제도 자체 때문이 아니라 월가에서 파생상품을 함부로 다루다가 생긴 결과다. 우리나라에선 집값의 절반도 못 빌려주게 하면서, 한편으론 2~3년 안에 만기 상환하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집 사기 힘든 대출이다. 또 가계부채 뇌관을 만들기도 한다. 지금 은행들이 어디에 딱히 돈 빌려줄 곳도 없지 않나. 지금 가계부채를 20~30년 장기 분할상환할 수 있게 바꿔줘야 한다. 그러면 가계부채 위기 해결되고 주택 수요도 생기고, 집값이 올라간다.”



 - 그 해법은 직장이 확실한 무주택 청년에게만 적용되겠는데.



 “융통성 있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 위주로 시도해보자는 거다. 자영업 하는데 장사 잘되는 사람도 있고, 공무원 신분인 사람도 해당될 수 있다.”



 - DTI·LTV 같은 규제는 외국에도 있다.



 “물론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가 획일적으로 적용하도록 규제하진 않는다. 은행 각자 판단에 따라 처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이 같은 규제에 융통성을 줘야 한다. 금융기관 자율에 맡기란 얘기다. 직업 안정성이 낮으면 담보비율을 높게 잡는 게 은행 대출의 상식 아니겠나.”



 - 양도소득세 중과도 폐지하는 게 마땅한가.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멈춘다고 해도 ‘평생 내 집 없이 빌려서 살겠다’는 사람도 생긴다. 선진국에선 이미 그런 수요가 많다. ‘충분히 자유롭고 편하게 살고 있는데 내 소유 집이 필요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부류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게 집 2~3채 갖고 있으면서 세 놓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곧 주택 매매 시장의 수요자이기도 하다. 과거엔 이런 사람들을 ‘집 여러 채 갖고 있으면서 일 안 하고 배불리 잘산다’면서 도덕적으로 비난했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징벌적으로 높게 정한 것이다. 이제는 그런 생각 자체를 확 바꿔야 할 때다.”



 -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하는 대신 전·월세 상한제 도입하는 걸로 민주당과 협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3년 전부터 민주당 내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직접 바꿔야 한다고 했던 거다. 어떤 은퇴한 사람이 퇴직금 받아서 상가에 투자하는 걸 생각해보자. 그건 투자고, 주택에다 돈 넣으면 투기가 되는 건 이상하지 않나. 운동권 출신 사람들은 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집 사는 사람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전·월세 수급도 맞게 된다.”



 - 오늘부터 시행된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실효성이 있을까.



 “전세자금 더 많이 빌려주려고 정부가 애쓰는데, 그 돈을 아예 주택 구입자금 지원에 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매매 수요를 일으키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지금 전세 지원이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매수요가 줄고 전세수요는 늘어나는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 전·월세 상한제 도입하자는 야당의 주장은.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 임대료 상한제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지금처럼 전세 수요 팽창기엔 작동이 안 될 거라 본다. 당장 몇 달 뒤에 결혼할 애들 전·월세집 잡으려는 식의 다급한 수요가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상한제가 지켜지겠나.”



 - 주택 경기 살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절감한다.



 “주택 수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이들에겐 주택 구입 대출금을 장기 분할상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두 번째는 집 안 사고 평생 임차인으로 살겠다는 사람들. 이 영역에서는 임대사업자를 보호해서 이 임대수요를 뒷받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얘기한 매매수요 살리는 방안이 여기 있다고 본다. 매매 수요가 살면 집값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전세 수요를 대체할 것이고, 그렇게 개인 자산가치가 조금씩 올라가면 중산층 불안이 적어진다. 다 상식적인 얘긴데, 부동산 투기 때 생긴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에 내가 이런 얘기 할 때마다 ‘부자 편들고 서민 무시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 출범 6개월 된 박근혜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임기 중 당장 1년 안에 신경 써야 할 단기 과제가 있고, 5년에 걸쳐 해야 할 중장기 과제가 있다. 복지는 5년이 필요한 정책이다. 당장 급한 건 경제 살리기인데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이 정부는 대선 때 무리하게 복지 공약을 던졌다. 그러고는 ‘약속 지키는 대통령 되겠다’는 프레임에 빠졌다. 그래서 인수위 때부터 각 부처에 복지 재원 조달을 다그쳤다. 당연히 각 부처 장관에겐 재원 조달이 가장 급한 과제가 됐다. 이 같은 복지 프레임에 빠져서 가장 시급한 경제 살리기를 뒷전으로 미룬 게 이 정부의 잘못이다.”



 -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수정해야 하나.



 “아니다. 약속대로 하되 돈 없으면 좀 늦게 시작해도 된다는 거다. 65세 이상에게 준다는 기초노령연금을 예로 보자. 그대로 하되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대통령이 여유를 가져야 한다. 5년 임기 내에 하면 되는 거니까,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복지 공약 추진 속도를 조절하라는 게 내 의견이다.”



 - 결국 경제가 살아나야 할 텐데.



 “나는 건전재정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우선 2차 추가경정예산을 권장한다. 세수 부족 7조원가량 메우고 5조원 정도는 추가 지출하자는 거다. 그 돈으로 어차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도로·항만·철도 계속공사에 투입해 경기의 불씨를 살리자는 거다. 둘째는 300조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좋지만 일벌백계만 하면 될 일인데 지금처럼 검찰·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가 다 나서서 이곳저곳 들쑤시면 안 된다. 셋째는 주택거래 정상화다. 주택금융도 규제를 풀고 수요를 촉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올라야 소비가 이뤄지고 경제가 선순환하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에선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을 계속 비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전두환 대통령이 경제 호황 만든 건 ‘경제는 경제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총리 자리를 만들었으면 대통령이 진짜로 경제는 그에게 맡겨야 한다. 혹시라도 ‘팀워크 안 이뤄지는 장관 바꿔달라’는 얘기까지도 들어줘야 한다. 그것도 아니고 진짜 무능하다면 당장 갈아치워야 한다.”



글=김동호.최선욱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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