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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의 3·15 부정선거 비유, 잘못됐다

중앙일보 2013.08.24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고질(痼疾)도 이런 고질이 없다. 민주당의 막말 말이다.



 당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라고 했다가 사퇴한 게 한 달 전이다. 그 무렵 당 상임고문도 “국정원,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중앙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그제 또 ‘막말 리스트’에 한 건이 추가됐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박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고 해서다.



 3·15 부정선거라고 하면 4·19의 도화선이 됐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졌던 1960년의 일이다. 당시 자유당은 3인조 또는 5인조로 사실상 반공개투표를 하도록 하거나 유령 또는 대리인 투표를 했고 투표함 바꿔치기도 했다. 상상 가능한 부정한 방식을 총동원했었다.



 민주당은 정말로 지난 대선이 3·15 선거와 유사성이 있다고 믿는가. 53년 전에 자신의 한 표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던 국민이 이제 와선 그 못지않은 부정에도 눈감고 있다고 여기나. 터무니없는 비유다.



 민주당은 대선에 불복하려는 게 아니라면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대선 불복 프레임에 끼워 맞추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선 불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을 자꾸 해서 빌미를 주는 건 뭔가. 한 번이면 우연일 수 있지만 자꾸 되풀이되면 의도가 있다고 믿는 게 합리적 의심 아닌가.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본질적 해결책이 국정원 개혁이라고 말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고 한다. 그러나 막말은 일을 망치는 길이다. 입장을 바꿔 민주당이라면 모욕을 준 사람과 마주앉아 허심탄회하게 국가대사를 상의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도대체 막말로 얻는 실리가 있기나 한 건가. 순간적 감정적 카타르시스 말고 말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깨끗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막말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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