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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단·테'

중앙일보 2013.08.23 00:47 경제 10면 지면보기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계는 ‘문을 닫으라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고, 한편에선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지나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논란은 안전에 대한 우리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이 1960년대 이후 초고속 압축성장시대를 거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는 스피드를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일조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스피드를 숭배한 나머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해 사회안전 측면에서는 적잖은 폐단을 낳고 있다. 20년 전 성수대교 붕괴, 10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 그리고 최근 발생한 일련의 공장 폭발과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바로 그 단면이다.



  선진국보다 8년 이상이나 뒤떨어진 우리의 안전기술 수준도 문제다.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는 경제발전을 위한 기술에만 집중되다 보니 국민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빨리빨리’ 내놓지 못한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상황이 이렇다면 사후 약방문식 대응이나 ‘걸리기만 해봐라’ 식의 징벌적 규제 강화보다는 좀 더 지혜로운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필자는 ‘국민안전기술’을 뜻하는 ‘안단테(ANti DANgerous TEchnology) 프로그램’을 제안하고자 한다. 안단테(andante)는 본래 적절하고 편안한 정도의 템포를 가리키는 음악용어다. 다시 말해 그저 느리게 가자는 게 아니라 국민 안전을 단단하게 지키면서 나아가자는 취지다.



 정부는 이런 ‘안단테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마중물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70년대에 집중 건설된 중화학공장들은 이미 40년을 넘겨 노후설비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정부가 사고 예측부터 안전관리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안단테 기술’을 확보하고 예방 활동에 나서도록 지원한다면 사전 예방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를 100% 막을 수는 없다. 피해에 따른 책임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안단테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사고 예방에 노력한 기업에 대해선 그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재하고 정상 참작을 해 준다면 더욱 많은 기업이 이런 프로그램에 동참하려 하지 않을까.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안전’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규제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안단테’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안단테’는 산업 전반에 걸쳐 안전문화를 바꾸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매서운 바람이 아닌 햇볕이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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