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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녹색커튼' 다니 체감 온도 뚝 … 에어컨 없이도 폭염 거뜬

중앙일보 2013.08.23 00:40 1면
아산 쌍룡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과 담당 교사가 나팔꽃 넝쿨로 만들어진 녹색커튼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말복이 지나면서 열대야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한낮 기온은 아직도 30도를 훌쩍 넘는다. 천안과 아산지역 관내 초·중·고교가 대부분 개학을 했지만 에너지절약 때문에 ‘찜통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괴롭다. 시청이나 구청 등 관공서도 마찬가지. 선풍기조차 제대로 틀 수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다 보니 업무능률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가운데 아산 쌍룡초를 비롯해 천안 동남구청 등 몇몇 학교와 관공서가 건물 외벽에 녹색식물(나팔꽃이나 작두콩 등)넝쿨로 된 '녹색커튼'을 설치해 실내온도를 낮추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관공서 에너지 절약 앞장



# 아산 쌍룡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이환희(12)군은 요즘 학교 생활이 즐겁다. 올해 여름부터 학교 외벽에 나팔꽃 넝쿨로 된 녹색커튼이 설치돼 있어 체감온도가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그늘진 나무 밑에서 수업을 듣는 듯한 기분마저 든단다. 개학을 앞두고 여름방학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이군은 그동안 남보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탔다. 이 때문에 올해도 4월 초부터 반팔을 입고 다녔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온도가 많이 상승하지 않는 이상 에어컨 가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에어컨을 자주 틀지 않아도 버틸 정도로 교실 내 환경이 쾌적해 졌다. 이군은 “에어컨을 트는 횟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더위를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깥온도와 교실온도의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이젠 훨씬 더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창문 밖에 있는 식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며 “올해는 녹색커튼 덕분에 학교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 천안시 동남구청에 재직중인 최화식(40)씨. 최씨는 매년 구청 외벽에 설치된 녹색커튼 덕에 타 기관 공무원보다 훨씬 더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동남구청은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청사 외벽에 작두콩을 이용한 녹색커튼을 조성해 직원들이 한여름 불볕더위를 극복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민원인들에게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해 호응이 좋다. 최씨는 “녹색커튼이 조성된 이후부터는 다른 관공서보다 한여름 체감온도가 많이 낮아졌다”며 “폭염이 지속되던 8월 초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원인들의 불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아산쌍룡초 아이들과 담당교사가 나팔꽃 넝쿨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체감온도 낮추고 에너지절약도 자발적으로



계속되는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이 늘면서 정부와 기업, 관공서와 학교 등에서 에너지 절약 총력전에 돌입한 가운데 햇빛을 차단하는 녹색식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내에 들이치는 따가운 햇살을 막는 데는 잎이 무성한 녹색식물이 제격이다. 건물 외벽뿐만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에 담쟁이덩굴·오이·참외·나팔꽃 등을 심으면 태양광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 수분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증산효과로 실내환경도 쾌적해지고 체감온도도 낮추는 현상을 보여준다. 아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녹색식물로 여름철 실내온도 저하, 에너지 절약의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오후 1시 아산 쌍룡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기온은 33도를 육박했다. 하지만 녹색커튼이 쳐진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체감온도는 급감했다. 실내온도를 측정해본 결과 28.5도로 실외온도보다 4도 이상 낮았다. 자외선 차단 효과도 눈에 띄었다. 창가 바로 옆자리에 서 있어도 햇볕이 따갑지 않았다. 쌍룡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직원들이 힘을 모아 4월 초순부터 나팔꽃 씨앗을 포트에 심고 와이어를 건물 외벽에 설치했는데 아이들에게 호응이 좋아 뿌듯해 하고 있다”며 “나팔꽃 등의 넝쿨 식물은 병충해가 많지 않아 소독을 하지 않아도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 그만큼 관리가 쉽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커튼이 설치된 이후에 는 아이들이 손수 물을 주고 키우고 있다. 정서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 든다”며 “내년에도 녹색커튼을 설치해 아이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녹색커튼의 효과는 또 있다. 나팔꽃 넝쿨로 인해 아이들이 에너지 절약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최근에는 각 학급당 2명씩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홍보대사 활동을 하고 있다. 홍보대사들은 체육시간 전 에어컨과 선풍기가 꺼져있는지 확인하고 쉬는 시간 이후에는 화장실 소등 확인 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전교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완(13)군은 “녹색커튼이 왜 갑자기 설치됐는지 몰랐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한 조치라고 하니 함께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왕 에너지 절약을 하려면 전교생이 함께 해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캠프에 참여한 쌍룡초등학교 학생들이 녹색커튼이 쳐진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천안·아산시, 사업 위해 1000만원 지원



천안시 동남구청이나 신안동 주민센터도 녹색커튼 설치로 긍정적인 효과가 작용되고 있다. 동남구청 녹색커튼은 올해 5월 직원들이 300포기의 작두콩을 심고 가꿔 조성한 것으로, 딱딱하고 오래된 건물 외벽을 환경친화적 공간으로 변화시켜 놨다. 2010년부터 매년 조성했지만 올해에는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더욱 빛을 보고 있다.



작두콩 그늘은 동남구청사 4층 건물의 한여름 태양빛을 차단해 실내온도를 1∼5℃ 낮췄다.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은 물론, 구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도 친근하고 시원한 이미지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신안동주민센터(동장 김태겸)도 창문에 조성된 녹색커튼은 민원인들로부터 ‘그린커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 5월 식재한 나팔꽃이 성장해 무더위가 절정인 요즘 사무실 전면을 푸른 잎으로 덮고 있어 동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은 도심 속에 펼쳐진 나팔꽃의 녹음에 시원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는 반응이다.



또한 아침마다 분홍빛과 자주빛의 나팔꽃이 활짝 펴 사무실의 전경을 한층 밝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민원인 강선경(31·여)씨는 “에어컨을 약하게 틀었는데도 덥다는 생각이 전혀 안든다”라며 “최근 관공서와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녹색커튼 설치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연구조사에 따르면 녹색식물을 키우면 에너지 절감에 큰 효과가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 옥상 정원이나 베란다에 채소를 기르면 맨바닥보다 한여름 기준으로 최대 15도나 온도를 낮춰준다. 건물 벽면 전체를 담쟁이덩굴이나 이끼류로 뒤덮는 벽면녹화를 병행하면 31%까지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녹색커튼은 천안시와 아산시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벌이고 있는 시행사업으로 현재 아산시 관내 학교 중 아산 쌍룡초를 제외한 4곳에 설치돼 있으며 천안은 동남구청, 신안동 주민센터 등 관공서 5곳에 설치돼 있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녹색커튼 지원사업에 올해 1000여 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더욱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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