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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땐 투기자본에 경영권 휘둘릴 우려"

중앙일보 2013.08.23 00:32 경제 4면 지면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19개 경제단체가 22일 상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입법예고 기간 마감(25일)을 앞두고 재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경련 등은 “상법 개정안이 특정한 지배구조를 강요하고 있다”며 “현재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계 투기 펀드에 의해 농락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연합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대한건설협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업종 단체도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이례적으로 많은 단체가 참여한 것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상의 등 반대 의견 제출
감사 선출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최대주주 지분이 많을수록 위험
GS리테일·LG·SK 등 표적 가능성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서 감사위원(이사회 이사를 겸임)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또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집행임원제도, 다중대표 소송제, 전자투표제도 의무화된다. 모두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제도다.



 전경련 등은 상법 개정이 되면 역설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경영권이 위험해진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1대주주 지분이 70%, 국민연금 지분이 10%인 회사가 7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감사위원에 해당하는 이사 3명을 뽑을 때 1대주주와 국민연금은 3%씩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지분이 3% 미만인 외국계 펀드 서너 곳이 연합하면, 손쉽게 원하는 이사 3명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외국계 펀드가 우호 지분을 20% 정도만 확보하면,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 결국 이사 7명 중 4명이 외국계 자본이 원하는 인물로 채워지는 셈이다.



 GS리테일 등이 당장 이런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지주회사 체제인 LG·SK·두산 등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전무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인 ‘1주 1표’를 깨는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경영이나 연구개발(R&D)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는 국회에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새누리당·민주당 지분은 각각 3%로 제한하고 군소정당 뜻대로 위원을 뽑는 것과 같은 꼴”이라며 “정부가 손톱 밑 가시 몇 개를 뽑고는 기업에 비수를 꽂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을 참고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최종 안을 만들 예정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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