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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미술품 전시 8년째 문화 저변 확대 계기 됐으면"

중앙일보 2013.08.23 00:20 종합 27면 지면보기
성민 스님이 전기톱과 끌, 정 등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조각한 돌을 바라보고 있다.


“시골 사찰에서 미술품 전시가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어지는 인연이 고맙기도 하고요. 문화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홍천 백낙사 성민 스님
'환경설치미술작가전' 열어



 강원도 홍천 주음치리 산골에 위치한 작은 암자 백낙사. ‘2013 강원환경설치미술초대작가전’을 여는 이 절의 주지 성민(53·1984년 출가) 스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광주나 평창 같은 데서 열리는 대규모 비엔날레와 비교긴 어렵다”면서도 “작고 소박한 나름대로의 가치는 지켜왔다. 10회 까지는 꼭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절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백낙사 자체가 스님의 설치미술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93년 아무 것도 없는 빈땅에 자리를 잡은 성민 스님이 홀로, 손수 이 절을 가꿔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20일 기자를 만날 때도 스님은 포크레인을 타고 산에서 내려왔다. 20여년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그가 심은 묘목은 제법 큰 나무가 됐고, 전기톱으로 엉성하게 깎았던 돌 조각들은 비바람에 미끈해졌다. 그 동안 전시된 작품들도 주변 환경에 녹아들면서 절은 이제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살다 보니까 필요에 의해서 이렇게 된 거지 예술이라고 하긴 민망합니다. 사람을 사서 하려면 돈이 드니까 그렇게 된 거죠. 나무가 자라고, 돌에 이끼가 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이렇게 혜택받은 걸 꼭 사회에 돌려주는 게 종교인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처럼 전시회는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찾던 스님이 몇몇 신도들과 얘기를 하며 구체화됐다. 그는 “전시회를 통해 시골 마을에서도 문화 저변이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주변 환경이 계속 바뀌고 작품도 새로 들어오니 매번 새로운 느낌이다. 관성으로 전시회를 열지 않기 위해 주의하고 있다”고 했다.



 13년째 꾸준히 춘천교도소 포교활동도 이어오고 있다는 그는 “한 번 인연이 되니까 멈출 수가 없더라. 그냥 세상 사는 얘기를 하러 가는 거지 특별히 대단한 건 없다”고 말했다. 8월 19일부터 백낙사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전에는 외국인작가 8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홍천=글·사진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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