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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원 예산, 철저히 통제된다

중앙일보 2013.08.23 00:06 종합 29면 지면보기
안광복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할 때 모 일간지 보도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국정원이 막대한 특수활동비를 영수증 증빙 없이 쓴다는 것이 보도 요지였다. 심지어 다른 기관의 예산에 은닉해 사용한다는 의혹도 덧붙였다. 국정원 예산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던 입장에서 국가기관이 국민 세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처럼 비칠까 두려웠지만 정보기관 특성상 일일이 해명할 길이 없어 냉가슴을 앓았던 기억이 선하다.



  국정원 예산의 불투명성을 주장하는 일관된 논지는 특수활동비가 과다하게 책정된 데다 영수증 증빙 없이 남용되는 이른바 ‘묻지마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인건비·시설비 등 모든 예산을 포괄하는 것으로 여타 부처의 그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감사원·국세청 등은 인건비·시설비 등의 예산과 별도로 특수활동비를 편성하지만 국정원은 모든 예산을 특수활동비라는 단일 예산으로 편성한다. 따라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여타 부처의 그것과 비교해 액수의 과소를 비판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국정원이 모든 예산을 특수활동비라는 이름으로 단일 편성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인건비·시설비·공작비 등 세부 예산이 그 자체로 국가 정보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시설비·인건비 등이 국가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다면 이는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는 각국 정보기관의 분석 능력을 간과한 안이한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수많은 정보 자료를 조합해 국가 안보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해내는 게 정보 분석의 요체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노출되면 정보기관 조직·인력 규모와 국가 정보 활동 방향·범위·수단 등이 모두 노출될 수 있다. 바로 정보 조각으로 전체 실체를 규명하는 ‘모자이크 이론’이다. 미국과학자협회가 중앙정보국(CIA)에 예산 정보 공개를 청구했을 때 미 연방법원이 정보기관의 예산 비공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인용한 게 바로 이 이론이다.



 국정원 예산이 마치 묻지마 예산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정보기관 예산은 속성상 비공개일 뿐 내외의 철저한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국정원에 대한 감시·감독을 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국정원은 예결위 심사 이상으로 모든 예산·사업에 대해 강도 높은 심사를 받는다. 특히 2005년도부터 국회 정보위는 예·결산 심사를 위한 별도 소위원회를 운영하며 세부 내역을 보고받고 수정·의결하는 등 실질적 통제기능을 수행한다. 예산소위 위원장은 야당에서 맡아 이른바 ‘봐주기 심사’도 있을 수 없다. 이 밖에도 정보예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부 감사·감찰과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한 대통령 보고 등 이중 삼중의 장치가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다른 부처의 정보예산에 분산·은닉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국정원은 국방부·경찰청 등 부문 정보기관의 정보사업에 한해 대외보안 유지, 중복 투자 방지를 위해 조정 및 편성권이 있을 뿐이다. 각 부문 정보기관에 배정된 정보예산은 해당 기관의 고유 예산으로 각자가 독자 집행하며 국정원은 해당 부처 소관의 정보예산을 쓸 수 없다.



  국가정보기관이 안보와 국익을 위한 정보 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정보예산의 보호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통제 강화의 일환으로 국정원 예산 공개가 거론되는 일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의 예산 공개는 정보기관 자체를 무력화하고 적국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부르기 때문이다.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는 국정원의 역할과 능력을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



안광복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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