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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을 모독하는 지방공무원들

중앙일보 2013.08.23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현직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북구지부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은근히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로 묘사하는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었던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그는 대변인 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플래카드는 ‘귀태야 귀태야, 민주를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촛불에 구워 먹으리’라고 썼다. 고대(古代) 가요 ‘구지가(龜旨歌)’의 내용을 바꾼 것이다.



 전공노는 정식으로 설립신고를 거치지 않은 법외 노조다. 그렇지만 공무원 14만 명이 가입해 있고, 각종 시국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등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플래카드를 건 광주북구지부는 광주북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가입해 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지위와 의무’를 망각한 것이다. 지방공무원은 국가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법과 복무규정에 따라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복무규정은 ‘근무기강의 확립’ 부문에서 “법령과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여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질서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국민이 뽑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지방공무원은 지방행정부를 구성하는 공무원이다. 그렇다면 지방공무원은 국가공무원처럼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근무기강이요 질서다.



 지방공무원도 유권자인 만큼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책에 대해 지지와 반대 의사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일반 유권자와는 달라야 한다. 법과 규정이 적절한 방식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법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 국가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공무원은 법에 따른 품위와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장삼이사(張三李四)처럼 자유분방한 표현을 즐기려면 먼저 공직의 옷을 벗어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그는 공무원이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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