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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즉시 냉동, 아프리카 아귀 11월 맛볼 것"

중앙일보 2013.08.23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올겨울엔 국내에서 아프리카산 아귀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국내 5위권 원양업체인 인성실업은 22일 “다음 달부터 아프리카 최남단 나미비아 어장에서 아귀 조업을 시작한다”며 “11월 초에는 국내에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양업체 인성실업의 도전
골든크랩·대왕오징어 잡이 이어
조업권 6개월 협상, 150억원 투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아귀 소비국이다. 국내 유통 아귀의 98%는 수입산이다. 주로 중국·캐나다에서 들여온다. 아프리카산 아귀는 꼬리만 요리에 쓰는 유럽 레스토랑용으로 현지에서 손질하기 때문에 통째로 찜이나 탕을 만드는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업체인 인성실업이 직접 조업에 나서면서 한국식 가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성실업 김정도 상무는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아귀는 육지로 옮겨서 냉동 처리하는 육상 동결 방식”이라며 “우리는 배 위에서 바로 얼리는 선상 동결 방식이라 신선도와 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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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실업은 올 6월에 ‘골든크랩(황금게)’도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역시 나미비아 어장에서 잡은 것이다. 국내 업체가 서남아프리카 어장에 진출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첫 물량이 전국 이마트 10여 개 매장에서 완판됐다. 러시아 정부의 불법 조업 단속으로 러시아산 스노크랩 등의 가격이 폭등한 틈을 파고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1㎏당 약 1만5000원인 러시아 대게, 4만원에 육박하는 킹크랩에 비해 7800원 수준인 골든크랩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일부 프랜차이즈 호프집에선 골든크랩 안주도 등장했다.



박인성 회장
 인성은 새 어종, 새 시장 개척으로 원양업계에서 유명하다. 1992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수심 2000m의 남극해에서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잡아서 한국·일본 등에 들여왔다. 97년에는 남극 크릴어장을 신규로 개척해 사료용으로 상용화했다. 98년에는 페루에서 대왕오징어 어장을 개발했다. 가정에서 오징어채 볶음을 만들 때 쓰는 진미채의 원료로 쓰이는 어종이다. 2003년에는 남동태평양 전갱이 어장에도 신규 진출했다. 김 상무는 “북위 65도부터 남위 65도까지 조업하는 원양업체는 세계에서 우리뿐”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는 주변 해역에도 어족이 풍부해 굳이 멀리까지 가서 조업할 필요가 적기 때문에 위험이 따르는 신규 어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신규 어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경우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인성실업도 나미비아 어장 개척에 1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김 상무는 “나미비아 법규에 맞춰 아귀 잡이용 트롤선을 수리하는 데에만 척당 7억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개척 과정도 쉽지 않다. 나미비아 어장의 경우 시장성을 파악하고 조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사장을 비롯해 임원 2명이 한국인이라고는 없는 현지에서 6개월 동안 머물렀다.



 최근 원양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기름값과 인건비 등 원가가 상승한 데다 각국이 해양자원 보호에 나서면서 조업 가능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힘들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창업주 박인성(75) 회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어장이 전 세계에 넓게 퍼져 있다 보니 전갱이가 안 되면 크랩이나 대왕오징어로 만회할 수 있다”며 “참치 위주 사업을 하는 대형 업체도 우리를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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