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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갓난아기들

중앙일보 2013.08.22 00:37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엄마가 아이 버릴 데 있다고 버립니까? 자식 버릴 땐 그만한 이유가 있죠.”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 얘기를 꺼내자마자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이 교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이를 버릴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설치·운영하는 곳이다. 나는 다만 입양특례법 시행 1년째를 맞아 유기되는 유아가 늘었다는 얘기가 나오기에 취재차 전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아이를 내다버리는 일이 여전히 많다는 게 문제죠. 베이비박스가 무슨 유기를 조장합니까. 오히려 죽을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한 생명박스입니다.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숨어서 욕하지만 말고, 대책을 세워보라는 말입니다.”



 그는 초면에 이렇게 날 선 반응을 할 만큼 지쳐 보였다. 그는 3년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며 “유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정부와 지차제로부터 수차례 철거공문을 받았으며, 일부 단체들의 항의 방문도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은밀히 버려지는 문제엔 눈감고 있던 사람들이 아이들이 버려지는 현장이 공개되자 그 불편한 현실의 책임을 베이비박스 탓으로 돌린다는 거였다.



 “베이비박스엔 지난 3년간 280명이 들어왔는데 200명 정도가 최근 1년 새 들어왔어요. 입양특례법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죠.”



 이 목사는 입양특례법이 ‘배 아프다고 물파스 발라주는 법’이라고 했다. 이 법은 아이를 낳은 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입양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버려지는 아이의 대부분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났고, 이들은 아이 출생 자체를 숨기려 하기 때문에 차라리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몰래 버린다는 거였다.



 “출생신고 없이 버려지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은 이 법 때문에 아예 입양 길이 막혔죠.”



 궁금하다. 아이들이 버려지는 이유가 법과 베이비박스 때문인지. 일부에선 낙태가 어려워지고 성 풍속이 문란해진 데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이 말은 아이가 잘못 태어나서 버려진다는 건가? 한데 누가 생명을 놓고 탄생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있으며, 생명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미혼모와 그의 아이를 냉대하는 시선, 불우한 엄마와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그리하여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엄두를 못 내는 환경은 기세등등하다. 아이들이 버려지는 이유는 이런 사회환경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를 버린 것은 엄마인가 우리 사회인가? 아동 유기를 한탄하기 전에 존엄한 생명을 두고 ‘잘못된 탄생’으로 낙인찍는 의식부터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바뀌면 제도도, 그들을 둘러싼 환경도 바뀔 테니 말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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