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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빗장 여는 양반마을 옻골

중앙일보 2013.08.21 03: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옻골마을 경주 최씨 종택인 백불고택. 이곳의 방 5칸이 10월 중 한옥체험장으로 개방된다. 지난 18일 관광객들이 사랑채를 둘러보는 가운데 새단장이 한창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국제공항에서 1㎞ 남짓 떨어진 동구 둔산동에는 경주 최씨(광정공파)의 집성촌이 있다. 마을을 둘러싼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 옻골로 불리는 곳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최동집이 1616년(광해군 8년) 이곳에 정착한 뒤 4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는 마을이다. 한옥 20여 채에 사는 주민 40여 명 모두 최씨 일족들이다. 모두 50대 이상으로 과수원을 운영하는 등 농업에 종사한다. 이 마을에는 한옥만 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수령 350년의 회화나무가 동네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경주 최씨 40여 명 집성촌
한옥체험장 꾸며 일반 개방
종택 방 5칸도 공개키로



 그런 옻골마을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관광객에게 마을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한 데서 나아가 한옥을 숙박체험장으로 개방했기 때문이다. 경주 최씨 문중은 마을의 ‘금전고택’과 ‘춘재’ 등 한옥 두 채의 방 4칸을 한옥체험장으로 개조해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이들 한옥에는 10㎡ 남짓한 방 2개씩이 있다. 투숙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옥에 붙여 샤워실과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 한옥 리모델링에는 동구청 예산과 문중의 자부담 등 2억원이 들었다. 깔끔한 한옥과 아름다운 돌담 등이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한옥체험장은 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금전고택은 독립운동가였던 이 한옥 주인의 호를 딴 것이며, 춘재는 동쪽(봄이란 의미)에 있는 집이란 뜻으로 최씨 종손이 직접 지었다. 동구청 이현숙 주무관은 “홍보가 덜 돼 아직 예약자는 없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손이 사는 집인 종택도 개방된다. 대지 3095㎡에 건물 8채로 구성된 종택은 경주 최씨의 종손이 대대로 살아온 건물이다. 여기에 있는 방 5칸을 숙박시설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종부(종가 맏며느리) 이동희(여·65)씨는 “전통 한옥의 사랑방 다섯 칸을 10월 중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종택은 특별한 곳인 만큼 문중의 허가를 얻은 손님들만 묵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문중과 동구청은 2년 전부터 개방을 고민해 왔다. 전통을 지키려면 외지인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옻골의 역사를 알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주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문중의 최영돈 청년회장은 “결국 경주 최씨의 400년 역사를 알리는 것이 관광객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동구청과 최씨 문중은 앞으로 투숙객에게 전통 한식을 선보이고 각종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옻골을 알리고 숙박 예약도 받을 예정이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옻골에는 연간 1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리지만 숙박이 가능해진 것은 처음”이라며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 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구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묵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옥체험장은 방 한 개당 하루 5만원이며, 종택 체험장은 10만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숙박 신청은 동구청 평생학습과(053-662-2172)에서 받는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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