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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불모지 ICT업계 '엄마' 3인방 떴다

중앙일보 2013.08.21 00:45 경제 6면 지면보기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우먼 파워’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음성·문자·데이터 등이 모두 롱텀에볼루션(LTE)망으로 제공되는 ‘100% LTE’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LG유플러스의 김선희 부장, 김다림 팀장, 신귀영 차장(왼쪽부터). [사진 LG유플러스]


여성 대통령 시대다. 사회 각 분야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유독 소외된 곳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4년 이후 ICT 업계 남성 종사자 수는 10만1000명이 늘어난 반면, 여성은 되레 7000명이 줄었다. 세상의 반이 여자이지만 ICT 업계에서는 4분의 1만 여자다. ICT 전문가 직종에선 여성 인력 비중이 16%에 그친다. 평균 연령도 32세에 못 미친다. 젊어서 일하다 결혼이나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LGU+ '100% LTE' 개발 주역들
사무실서 인터넷 못할 정도로 바빠
아이 태명도 '추추'로 짓고 달려
"음성까지 LTE" 잠꼬대하기도



 이런 열악한 ICT 업계 현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MOM(Management·Operation·Marketing)’이 있다. 이들은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음성·문자·데이터 등 모든 통신 서비스를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제공하는 ‘100% LTE’를 가능하게 한 주역들이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서비스개발팀 김선희(40) 부장, 오퍼레이션을 책임지는 코어망개발팀 신귀영(36) 차장, 마케팅을 총괄하는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김다림(37) 팀장이다. 20일 이들 MOM이 한자리에 모여 ICT 업계 여성 인력으로서의 애환과 보람을 털어놨다.



 ▶신귀영 차장=“제조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다 2년 전 이 회사로 옮겼다. ‘을’에서 ‘갑’이 된 거니까 좀 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와보니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김선희 부장=“ICT 업계가 힘들긴 하다. 지금 우리가 안 하면 경쟁사가 내일 해버리는 구조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에너지를 직장과 가정으로 분산할 수밖에 없다 보니 쉽지 않다.”



 ▶김다림 팀장=“지난달 중순 100% LTE를 내놓기까지 정말 ‘달렸다’. 임신 만 4개월인데, 이 아이 태명이 뭔 줄 아느냐. ‘추추’(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묘사, 칙칙폭폭)다. 아침마다 ‘오늘도 달려보자. 추추 트레인이 간다’고 되뇌며 집을 나섰다. 임신 초기엔 조심해야 한다는데 CF 촬영장 쫓아다니고, 거기 밥차 냄새에 입덧하면서 보냈다.”



 ▶신 차장=“상품 출시 전까지 신경을 얼마나 썼는지 남편이 그러더라. 잠꼬대로 내가 ‘여보, 내 목소리 잘 들려요. 음성까지 100% LTE인데…’라고 하더라고.”



 ▶김 부장=“꿈에서 일 얘기 하는 건 부지기수다. 이제는 남편이 잠꼬대에 맞장구까지 친다. 새벽 2~3시까지 일하기 일쑤니까 나를 잘 모르는 부서원들 사이에선 내가 노처녀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김 팀장=“제일 어려운 건 육아다. 일요일에 출근하려고 하면 네 살짜리 아들이 울면서 붙잡는다. ‘안 가면 무서운 아씨들한테 엄마가 혼난다’고 하면 아들이 ‘그럼 내가 같이 가서 지켜줄게’ 한다. 어린이집 생일잔치 때 자기만 할머니가 오면 애가 시무룩해져서 ‘엄마한테 전화해 봐’ 이런다고 하더라. 그럴 땐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김 부장=“그래도 애들(아들·딸 쌍둥이)이 크니 엄마가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 LG 부장이야’라고 말하고 다닌단다. 그래도 전업주부에 비해 교육 정보에서 뒤지는 점은 고민스럽다.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영재학급 시험 봤다가 안 됐다. 주변에서 ‘그 실력인데 왜 떨어졌느냐’고들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간 받은 과학상 등을 다 스크랩해서 포트폴리오 식으로 제출해야 했더라.”



 ▶신 차장=“힘들긴 하지만 ICT 분야는 노력하는 만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분야다. 일의 성과를 놓고 평가하지 성별로 문제삼지 않는다. 산업 자체 전망이 밝지 않나.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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