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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과대 포장됐나

중앙일보 2013.08.21 00:35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이 최근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무수단과 화성 13호 미사일은 진짜가 아니다.” 지난주 미국 NBC방송 탐사뉴스팀의 보도 내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미사일은 군사용이 아니라 퍼레이드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모형이거나 조악한 모조품이다.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클로즈업 사진에 이상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단처럼 매끄러워야 할 탄두 부근의 동체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고속 비행할 때의 공기역학적 저항을 줄일 수 있는 표면이 아니란 말이다. 사진에는 또한 비행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단계별 추진체를 분리하는 역추진 로켓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일한 미사일을 각기 다른 군사적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몸체의 표시만 바꿔서 각기 다른 급의 미사일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뜻하는 바는 북한이 ‘실제 물어뜯을 능력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짖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현재 작동 중이며 실전 배치 중인 노동미사일에 대해서는 훌륭한 정보가 있지만 말이다. 이보다 사정거리가 긴 대포동 미사일은 배치가 진행 중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1994년(합의된 틀)과 2007년(6자회담)에 합의된 내용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는 어떤 합의도 없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2기 행정부는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는 합의를 거의 이끌어낼 뻔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후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은 10년이 훨씬 넘도록 아무런 장애 없이 진행돼 왔다.



 앞서 NBC 뉴스가 보도한 미사일은 우리가 아는 것이 가장 적은 유형의 것이다. 시험 비행을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서방의 우려는 이것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이동식 장거리 미사일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량살상무기를 탄두로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등급의 미사일 말이다. 이것이 기존에 비해 더욱 위험한 이유가 있다. 도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미사일은 발사대에 앉혀져 있는 종류에 비해 표적으로 삼기가 더욱 어렵다. 게다가 만일 이것이 고체연료 로켓을 사용한다면 발사 준비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징후가 거의 없다. 액체연료 로켓이 발사대에 세워져 하루나 이틀 동안 연료를 주입받아야 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런 로켓은 선제 공격에 취약하다. 그러면 우리는 NBC 보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까. 평양이 이런 미사일로 세계를 위협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이다.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장거리 ICBM을 실전 배치할 능력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이슈는 어떤 의미로 볼 때 긴급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첫째, 북한은 당장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에 실행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봄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로 위기를 조성했을 때 시험 발사를 준비했던 미사일은 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이 당시 발사대에서 끌어내려진 것은 기술적 결함(NBC 뉴스에 따르면) 탓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국가의 최우선 순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난제 때문에 개발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한민족은 목표를 정하면 끈기 있게 이를 추진해 내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둘째, 무수단이 가짜라는 이야기는 김정은을 크게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새로 출범해서 아직도 정당성을 공고히 하려고 분투 중인 형편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라고 부추김을 받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달에 시작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감안하면 평양은 무언가 행동을 해야겠다는 강박감을 가질 수 있다.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기로 합의하고 남한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음에도 말이다. 지난해 12월 평양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위성은 제대로 작동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ICBM 발사 기술이 중요한 기술적 관문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무수단이 정말 모조품이라면 이는 아마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것이다. ‘전략적 인내’란 북한이 2005년과 2007년의 6자회담 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일 때까지 북한과 적당히 거리를 두겠다는 정책을 말한다. 워싱턴의 관심은 현재 이집트와 러시아,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이제 태동 중인 평화 프로세스에 쏠려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북한과 관련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무수단에 대한 이번 보도는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고 이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 응하게 끌어당길 좋은 기회라는 주장을 다시 펴는 계기 말이다. 최근 중국과 한국·미국의 3자회의에서 베이징 측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북한의 행태에 분명한 실망감을 표시했고 미국 측에 공개적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의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다. 더 이상의 위기가 일어날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워싱턴과 서울이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이 같은 메시지를 앞으로 몇 주나 몇 개월에 걸쳐 더욱 큰 소리로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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