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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최고 실세 알시시, 나세르처럼 군부독재 야심

중앙일보 2013.08.21 00:24 종합 18면 지면보기
카이로 시내에 걸린 이집트 군부 최고 실세 알시시(가운데)의 포스터. 군부 출신인 나세르(왼쪽)·사다트 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카이로 신화=뉴시스]


“이집트 전체가 알시시를 지지한다.” 알시시를 지지하지 않으면 적이나 다름없다는 메시지다. 그동안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사우트 알우마 같은 이집트 신문도 군부 최고실세인 압둘 파타 알시시(59)에게 노골적으로 충성맹세를 하고 있다. 군부 통제하에 있는 거의 모든 이집트 언론이 그를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며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자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있다. 카이로 거리는 훈장이 줄줄이 달린 군복을 입은 알시시의 포스터로 도배되다시피하고 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랍인의 독수리’라는 문구도 보인다.

유혈진압 설계자 … 세계의 눈 쏠려
현지 언론 "구국 영웅" 충성맹세
자신 발탁한 무르시 축출 주도
대권 욕심 감춰 … 출마 여부 관심



 국제사회가 선거에 의해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고 그의 복권을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반정부시위대를 유혈 강제 해산시킨 주역인 알시시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알시시가 호스니 무바라크(1981~2011 집권)·안와르 사다트(1970~81)·가말 압둘 나세르(1954~70) 등 군부 출신 이집트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나세르가 권력을 장악했던 방식과 닮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알시시는 무슬림형제단 시위대 강제 해산 후 전국에 방송된 TV연설에서 “군은 국가와 국민을 파멸시키고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행위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군부가 사실상 조종하는 과도정부의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과거 독재 정부의 비밀경찰조직을 재건하겠다고까지 발표했다.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원조 중단 움직임에 대해서도 나빌 나흐미 외무장관은 “원조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며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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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 지지자들에게는 나라를 구원한 파라오, 이슬람주의자들에게는 위선자인 알시시의 일거수일투족에 이집트는 물론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그의 손과 입에 이집트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그의 대선 출마 여부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신에게 맹세컨대 군부는 이집트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보호하는 것이 더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차기 대통령 야망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알시시가 출마만 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군 전문가인 튜픽 아클리만도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알시시는 직접 혹은 막후에서 통치하려는 커다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 센추리재단의 마이클 와히드 하나는 “그가 출마할 것이라는 단정은 섣부른 결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치안은 물론 경제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알시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인물이어서 그의 행보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고 있으며 주위에도 자신과 관련된 일의 발설을 차단하고 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이 고려돼 무르시 전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에 임명됐던 지난해 8월에야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과 영국에서 군사교육을 받아 서방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이있다. 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육군전쟁대학 석사논문 에서 “중동 민주주의는 이슬람 신앙의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썼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르시의 이슬람정권을 무력으로 타도해 알시시가 집권하더라도 이집트의 민주주의와 이슬람을 양립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자신의 뜻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돋보인다.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사태가 격화될 당시 알시시에게 군의 행동을 촉구하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가 행동에 나섰다고 시위 지도자들이 전한다.



 국론이 양분되고 연일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이집트에서 알시시가 자신의 말마따나 내전을 피하고 새 이집트를 건설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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