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세의 도시 현악에 물들다

중앙일보 2013.08.21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국제음악축제 폐막공연이 열린 17일(현지시간) 첼리스트 여미혜(오른쪽)씨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알베나 다나일로바와 함께 리허설 연주를 하고 있다. 그들은 실제 공연에서 뛰어난 앙상블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사진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검은색과 녹색 드레스를 차려 입은 두 연주자가 ‘현(鉉)의 대화’를 시작했다. 중저음의 첼로가 치고 나가면 고음의 바이올린이 화답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소리가 이들을 뒷받침했다. 50여분 간 이어진 연주는 1000여 청중의 박수로 마무리 됐다.

체코 국제음악축제 폐막 공연
유럽서 활약 첼리스트 여미혜
브람스 협주곡으로 갈채 받아



 17일(현지시간)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 인구 1만50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중세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허나 이곳은 매년 여름 관광객 수만 명이 몰리며 도시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1992년 시작된 ‘체스키크룸로프 국제음악 축제’ 덕분이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에서부터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까지 세계적 음악가가 거쳐간 무대다. 지난달 19일 개막한 올 행사에도 라트비아 출신의 성악가 엘리나 가란차에서부터 피아니스트 백건우까지 세계 정상급 음악가가 초청받았다.



 올 축제의 대미는 한국의 첼리스트 여미혜(46)씨가 장식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알베나 다나일로바와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이하 협주곡)’을 폐막 무대에 선보였다. 다나일로바는 불가리아 출신. 2003년 처음으로 여성단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필하모닉이 2011년 첫 여성악장으로 임명한 실력파다.



 예전 승마학교로 사용됐던 공연장 라이딩 홀(Riding Hall)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득 찼다. 프라하방송교향악단(지휘자 레온 스왈로브스키)의 전주로 시작된 폐막공연에서 두 연주자는 솔직 담백한 선율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이 협주곡은 브람스가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상했던 주요 멜로디를 당시 자신과 사이가 멀어진 친구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과의 화해를 위해 1887년 첼로와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이중 협주곡 형태로 바꿔 발표한 곡이다. ‘브람스가 첼리스트를 골탕먹이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악명 높은 곡이다. 여씨와 다나일로바는 서로의 소리에 의지해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도미닉 슈테르트(32)씨는 “음표 하나 하나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은 연주가 인상적이었다”며 “두 연주자의 호흡이 맞아 서로가 가진 악기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했다”고 말했다.



 여씨는 공연이 끝난 후 “다나일로바와 궁합이 잘 맞아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했다. 여씨는 2008년, 2009년도 체스키 음악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는 “올 때마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흥에 겨운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씨는 서울예고 재학 중 도미, 줄리아드음대를 거쳐 미시간 음대를 졸업했다. 예원콩쿠르·중앙콩쿠르 등 국내 다수의 콩쿠루에서 수상했다. 영국 에버딘 국제체임버페스티벌에서 피아노 트리오 1위를 차지하기 했다. 로마심포니오케스트라·베를린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등 활발한 해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가 된 기분으로 해외에서 책임감 있게 활동하려고 한다”며 “오는 10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을 시작으로 국내 무대에도 설 계획”이라고 했다.



체스키크룸로프(체코)=박민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