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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빚 걱정할 때 '원스톱 PCB' 꿈으로 밀어붙였죠

중앙일보 2013.08.20 00:43 경제 3면 지면보기
16일 서울 구로동 이오에스(주) 본사에서 김미경 대표가 대형 인쇄회로기판 모형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회장 김미경, CAD(설계)·PCB(인쇄회로기판) 생산·SMT(조립) 사업 총괄, 그리고 생산부·영업부·경영지원부·품질부…’.

[파워 벤처 우먼]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16년 전 김미경(40) 이오에스(주) 대표는 다이어리에 ‘10년 후 나의 모습’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적었다. 회장으로서 어떤 사업 영역에서 어떤 부서 체계로 일할지를 적은 것이다. 전 재산이라고는 사무실 보증금 1000만원에 컴퓨터 한 대가 전부였을 때다.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였지만 지금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이오에스는 컴퓨터·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초록색 회로기판 PCB 설계에서부터 제작·조립까지 전 과정이 가능한 국내 유일 기업이다. 1인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어느덧 직원 300여 명에 매출 450억원을 넘겼다. 16년 만에 이 같은 성과를 일군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빠른 결단력”을 꼽았다.



 김 대표가 꼽은 장점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2004년이었다. 연 매출 14억~15억원이던 시절 2년치 매출이 넘는 생산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당시 경매로 나온 생산공장 인수가는 약 30억원. 공장이 낙찰되자 김 대표는 이 공장을 담보로 은행을 통해 인수 금액 대부분을 대출받았다. 자칫하면 빚만 남길 수 있는 결정이었다. 업계에서도 “설계만 하는 영세기업이 생산까지 욕심을 낸다”며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처음부터 설계뿐 아니라 생산·조립까지 전 공정을 다 할 생각이었고 그래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범용 PCB를 넘어서 방위·우주항공 분야에서 쓰이는 고부가가치 PCB 시장이었다. 그 시장에 진출하려면 생산 공장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PCB 전 공정을 다 가진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해당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주변의 만류에도 결단을 내릴 수 있었어요.”



 현재 삼성탈레스·LIG넥스원 같은 방위산업 대기업과 그 협력사 제품에 들어가는 PCB 공정의 80%는 이오에스가 맡고 있다고 하니 김 대표의 결정은 대성공이다.



 그만의 품질 관리 노하우가 있을까. 김 대표는 투자를 꼽았다. 그는 “사업을 하다 보면 ‘돈 벌면 투자하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투자해서 돈 벌자’는 게 나의 경영 철학이고 그게 품질 관리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오에스는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 개발 및 시설 관리에 투자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힘든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도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직원이 회사 기술을 들고 나가는 등 힘든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죽을 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이상 모든 건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 김 대표에게도 풀기 힘든 어려움이 하나 있긴 하다. 인간관계, 특히 직원 관리다. 설계나 생산 과정의 문제는 시스템을 개선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지만 직원 관리는 그게 잘 안 된다. 그가 직장 내 배드민턴·축구·골프 같은 동호회를 만들어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조업, 그것도 전자 분야에서 여성 대표는 희귀종이다. 그런 김 대표는 최근 다이어리에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새로 적었다. ‘B2B 기업이 아니라 B2C 기업의 대표’. PCB 생산의 전 과정을 담당하지만 정작 이오에스 브랜드의 제품이 없는 게 늘 아쉬웠던 것이다. 체육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구상한 후 얼마 전부터는 대학원에서 체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 전 꿈이 지금은 현실이 됐듯 지금 이 꿈을 10년 후엔 현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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