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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테크 달인’ 된 국회의원들

중앙선데이 2013.08.17 23:37 336호 2면 지면보기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7명(12%)이 지난해 단 한 푼의 소득세도 내지 않았다. 또 10만원 미만의 소득세를 낸 국회의원은 51명(17%). 이 중 두 명은 각각 4원과 6원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가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실제 소득세 납부액을 정리한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의 소득세 납부액이 비상식적으로 적었던 이유에 대해 국회사무처 측은 “세비에서 차지하는 비과세 소득 비중이 크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금을 활용해 연말정산 때 환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평균 1억4600여만원의 세비(歲費)를 받는 국회의원 가운데 최소한 30%는 가히 세(稅)테크의 최고 달인이라 일컬을 만하다. 여기에 어떤 묘수가 숨어 있는지 정보 공개를 통해서라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한 국회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기탁금으로 8000만원을 정당에 낸 뒤 연말정산 때 이를 정치자금 기부행위로 처리해 소득세 1000만원을 모두 돌려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의원들도 동료 의원들에게 품앗이 방식의 정치후원금을 낸 뒤 이를 기부금으로 처리해 개인 소득세를 공제받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편법을 동원한 덕인지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평균 434만원의 소득세를 냈다. 민간기업에서 1억5000만원 남짓의 고액 연봉자들이 근소세로 최소한 1500만원을 내는 것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재원이 부족해지자 일반 국민의 비과세 혜택을 점차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근소세를 내지 않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대폭 올렸다. 절세 꼼수 중 하나로 보인다. 국회는 2011년에 비해 국회의원 수당을 3.5% 인상한 반면, 입법·특별 활동비는 68.5%나 올렸다. 그에 대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여야는 국회 규칙을 근거로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비과세 소득은 웬만한 기업체의 과장급 연봉에 해당하는 4700여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사실 국회의원에겐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 ‘숨은 수입’도 많다.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후원금(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을 거둘 수 있고, 출판기념회를 통해 거두는 성금은 선관위 신고 대상도 아니다. 이런 돈이야 정치활동 비용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연봉 성격의 세비에 대해선 조세형평주의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 이달 초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뒤 우리 사회는 ‘증세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마디로 봉급생활자들이 불황기에 느끼는 조세 불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사회통념상 적절하고 상식에 맞는 세금을 내는 걸로 족하다. 세금은 납세자의 능력에 따라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조세형평주의 원칙이 국회의원이라고 예외가 돼선 곤란하다. 국회의원들의 소득세 납부 내역을 공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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