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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오산 땅 팔아 전씨 측에 최소 300억 줘"

중앙일보 2013.08.17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전두환(82)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가 이른바 ‘전두환 비자금’과 바꿔치기한 자금 등으로 매입했던 경기도 오산 땅 매각 대금 중 최소 300억원을 수년간에 걸쳐 전 전 대통령 자녀들에게 건넨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또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49)씨에게 350억원에 매매하기로 계약한 오산 땅 일부는 실제로는 무상 증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350억 땅 전재용에게 증여도 확인 … 비자금과 바꿔치기 통해 돌려준 듯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매입해 갖고 있던 오산시 양산동의 땅 167만㎡(51만 평) 가운데 105만㎡(약 32만 평)를 판 돈은 585억원이며 이 중 300억원가량이 전 전 대통령 일가에 전달됐다. 나머지 62만㎡(약 19만 평)는 35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꾸며 사실상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루짜리 산림업자로 등록 탈세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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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수사팀(팀장 김형준)은 이씨가 200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오산 땅 전체를 935억원에 매각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초 알려진 매각대금 4000억원대는 크게 늘어난 금융비용을 포함한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오산 땅 32만 평을 부동산개발업체인 늘푸른오스카빌 계열사 엔피엔지니어링에 585억원을 받고 팔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각종 수법을 동원해 탈세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매매대금을 실제보다 줄이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산림사업을 하는 것처럼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인건비 등으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허위 계상해 세금을 포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비용처리를 한 뒤 하루 만에 폐업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씨가 이런 수법으로 6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씨가 오산 땅 19만 평가량은 재용씨에게 거래한 것처럼 위장해 사실상 불법 증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용씨가 2006년 이씨로부터 28억원에 사들인 시가 400억원대 땅 46만㎡(약 14만 평)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씨는 이 땅을 둘로 나눠 삼원코리아와 비엘에셋에 각각 200억원과 150억원에 팔았다. 삼원코리아는 이씨와 재용씨가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비엘에셋은 재용씨의 개인회사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와 두 회사 간에 오간 돈이 장부상 매매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이씨가 매매를 가장한 증여로 땅을 재용씨에게 넘기고 세금도 탈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 판 돈 500억원 분배 계획서도 확보



 이 관계자는 “이씨의 오산 땅은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으로 의심받은 것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전 전 대통령이 1980년대부터 무기명 채권과 비자금을 이규동(전 전 대통령 장인)씨 부자에게 맡겨 관리하게 한 뒤 오산 땅과 바꿔치기해 돌려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 차례의 오산 땅 매각을 통해 이씨가 탈루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가 모두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이씨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를 적시했다.



 검찰은 오산 땅 매각 대금 중 전 전 대통령 일가에 건네진 돈이 현재 파악된 300억원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미 건네진 300억원은 재국·재용씨 형제와 전 전 대통령 딸 효선(51)씨, 부인 이순자(74)씨 등에게 골고루 분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USB메모리 등에서 오산 땅의 매각과 재산 분배 계획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엔 이씨가 오산 땅을 처분해 500억원가량을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분배하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씨가 꼼꼼하게 엑셀파일 등으로 자금 흐름을 관리해 온 내역도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씨가 전 전 대통령 일가에 추가로 건넨 자금을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이번 수사의 목표는 미납 추징금 1672억원 전부를 환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 일부를 자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혀 왔지만 오히려 수사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미다. 검찰은 오는 19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보강조사를 거쳐 재국·재용씨 형제를 차례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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