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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t급 김좌진함 진수 … 한국 잠수함 전력

중앙일보 2013.08.17 00:55 종합 16면 지면보기


13일 진수한 김좌진함과 동급인 안중근함이 수상 항해를 하고 있다.

지구 75바퀴 거리 20년 무사고
미 해군 "One shot One hit One sink" 찬사

김좌진함


승조원들이 음향탐지장비와 잠망경을 이용해 작전 중이다. [사진 해군]




1907년 10월 1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세계(만국)평화회의. 미국·영국 등 44개국은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전시(戰時) 법규’를 제정했다. 여기엔 해전(海戰) 시 중립국의 권리의무에 관한 협약과 적의 상선(商船) 취급에 관한 조약 등 해상에서의 전쟁과 관련한 조약이 포함됐다. 해양강국에 유리할 것이 없는 이 조약을 해군력에서 절대우세를 보였던 영국이 주도한 것은 아이러니다. 이는 함정 건조에 몰두하다 독일의 잠수함에 대한 뾰족한 대비책이 없었던 영국의 고육지책이었다.



 1914년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은 독일에 비해 2배의 전함 능력(총 t 수)을 보유했지만 결과는 열세의 연속이었다. 대형 전함 건조에 주력했던 영국은 잠수함 전략에 집중한 독일에 수세를 면치 못하다 해상 보급로가 끊긴 탓에 전시(戰時) 비축유가 8주 분량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잠수함의 위력과 전략적 가치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과거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의 핵잠수함이 출항을 하면 인근에 대기하다 미행하곤 했다. 핵잠수함의 위력이 워낙 커 어디서 공격이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대잠(對潛)전인 셈이다. 잠수함은 물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어뢰를 발사해 적의 군함을 공격할 수 있고, 최근에는 유도탄이나 미사일까지 탑재해 전투기나 1000㎞가 떨어진 육지도 공격할 수 있다. 대잠·대함·대공·대지 전천후 능력을 지닌 셈이다. 그래서 현대전에서 잠수함은 없어서는 안 될 필승카드요, 한 나라의 해군력을 상징하는 척도로 평가받는다.



김좌진 장군, 해양 수호 명(命) 받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수식에 참석한 김좌진함은 우리나라 1800t급(214급)의 네 번째 잠수함이다. 하지만 이전에 실전에 배치된 3척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디젤 잠수함의 특성상 물 위로 올라와 발전기를 돌려 충전하는 스노클링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한 덕분이다. 3~4일에 한 번씩 충전해야 하는 스노클링을 2주에 한 번가량만 하면 된다. 그만큼 해상에 노출되는 횟수가 줄어 적에 발각될 위험성도 줄었다. 연료 재충전 없이 스노클링만으로 진해에서 하와이 왕복이 가능하다. 소음도 원자력잠수함에 비해 조용해 은밀한 작전이 가능하다.



 일본이나 독일 등 잠수함 선진국의 디젤 잠수함에 비해서도 조용하다는 평가다. 부속품 곳곳에 고무 재질을 사용해 진동을 줄이고 엔진 소음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좌진함은 어뢰뿐 아니라 수십 발의 유도탄과 1000㎞가 넘는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움직이는 유도탄 기지로 불린다. 미국의 핵확장통제정책으로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지 못하지만 이에 버금가는 디젤잠수함으로 한반도 해역 어디에서든 쥐도 새도 모르는 공격 능력을 갖춘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독일에서 생산한 1200t급(209급) 잠수함을 들여온 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1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지난 20년간 수중 항해만 300만㎞ 무사고 기록도 세웠다. 지구 둘레(약 4만㎞) 75바퀴의 거리를 운항하며 한 건의 사고가 없었다. 지난 14일 새벽 인도 뭄바이항에 정박 중이던 인도 해군의 잠수함이 폭발을 일으키는 등 미국(8회), 프랑스·러시아(각 3회), 일본·영국(각 2회) 등 잠수함 선진국들에서도 수많은 사고가 있었다. 수중에서 잠수함 함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잠수함 상승과 하강의 역할을 하는 물 보충 장치만 고장 나더라도 승조원 전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건조기술 못지않게 정비와 운영이 중요하다. 해군 초대 잠수함 전단장을 지낸 김혁수 예비역 준장은 “잠수함 분야에서 완전 초보였던 우리나라가 단 한 건의 사고가 없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다”며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인도네시아에 수출을 하는 등 이제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정비와 운영 등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명성 덕에 최근에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잠수함 승조원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국제잠수함 과정 교육(ISETP·International Submarine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 )을 받는다.



다음은 김 전 제독과의 일문일답.



김혁수 예비역 준장
 -초대 잠수함 전단장으로 어려웠던 점은.



 “워낙 잠수함 불모지라 뭘 모르는지 모르는 게 어려웠다. 기본 매뉴얼조차 없었다. 독일의 잠수함 공장과 부대를 찾아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워 왔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나중에 뭔가 잘못되면 모두 처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기초를 잘못 만들어서 그랬다고 하지 않겠나.”



 -우리 해군의 잠수함 운영 능력을 평가한다면.



 “환태평양(림팩) 훈련이나 다른 나라와의 연합훈련에서 받는 평가가 가장 객관적일 거다. 99년 3월 괌 인근에서 미국과 연합훈련을 했다. 미 해군에서 퇴역한 오클라호마함을 타깃으로 실사격 훈련을 했다. 우리 잠수함이 어뢰를 한 발 발사하고, 미국 잠수함이 유도탄과 어뢰 두 발을 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한 발 쐈는데 오클라호마함이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하는 바람에 미국은 훈련을 못했다. 이후 미국은 우리 잠수함을 one shot(한 발로), one hit(단번에 맞혀), one sink(바로 침몰)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20년 무사고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초창기 주한 미해군사령관을 지낸 왓킨스 제독의 도움이 컸다. 그는 ‘잠수함은 군수가 우선’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또 정비 시기나 함정 조작의 규정을 정확히 지키도록 했다.”



잠수함 근무는 고역 중의 고역



 잠수함 탐지용 항공기인 P-3나 링스 헬기, 함정과 잠수함의 소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잠수함 발견은 쉽지 않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음향탐지장비인 소나나 어군탐지기와 유사한 장비를 통해 음파나 전파를 쏴 발견한다. 항공기에 비해 저속·저고도로 운항하는 링스 헬기는 육안이나 능동·수동 소나를 이용해 시각과 음향으로 탐지를 한다. 하지만 층으로 이뤄진 바닷물과 조류는 음파나 전파를 굴절시키는 일종의 보호막이 돼 실전에선 잠수함 발견이 용이하지 않다.



 잠수함은 공기 공급을 위해 부상할 때 조심해야 한다. 헬기에 장착된 미사일이나 어뢰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물속으로 들어가더라도 곧바로 전파된 인근 함정 등에서 동시에 그물망 작전을 펴 폭뢰 등을 터뜨려 잠수함을 잡는다. 우리나라엔 10여㎞를 날아가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함을 찾아가는 홍상어(어뢰)도 있다. 일단 포착된 잠수함은 물 밖으로 나와 항복하지 않으면 계속된 공격으로 침몰된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 독일 잠수함은 202대나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당시는 잠수함이 물속 깊이 항해하는 것이 어려워 항공기에서 식별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수백m 잠수가 가능하다. 승조원들은 잠수함 전용 신발을 신을 정도로 소음도 줄었다. 스노클링을 위해 부상하더라도 몸통을 드러내지 않고 빨대와 같은 파이프만 물 밖으로 내민다. 동체 색깔도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고동색으로 칠해 육안 발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 항모전단이 훈련을 위해 우리 잠수함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위치를 사전에 알려주며 유도를 했는데도 발견치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함정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초급 장교나 부사관들 가운데 선발한다. 승조원은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고 창문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 놓이다 보니 감각과 판단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제독은 “잠수함은 소나 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는지 다가오는지, 상선인지 함정인지,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광화문 사거리에서 창문이 가려진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며 소리만 듣고 인근 차량의 종류를 분석해야 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실상 기지 출발과 동시에 전투가 시작된다고도 한다. 일단 잠수를 시작하면 최대시속 37㎞(214급, 원자력 잠수함은 50㎞ 이상)로 ‘대충’ 목표 지점을 찾아간다. 물 위에서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 잠수한 뒤에는 이를 기초로 관성항법으로 조류 속도를 보정해 가며 항해한다. 이처럼 감각적인 운항만으로도 하루 오차범위는 3㎞ 내외다.



 바닷속 한정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해야 하는 잠수함 생활은 말 그대로 징역살이다. 잠수함을 잡기 위한 소나의 음파도 물속에서 굴절되는 상황에서 TV 시청은 꿈도 못 꾼다. 압력을 견디기 위해 창문도 없지만 암흑과도 같은 심해에선 시계만이 낮과 밤을 알려준다. 잠수함 안에서는 전등을 켜면 낮이고 끄면 밤이다. 커다란 깡통 속에서 근무 시간을 제외하면 독서나 운동이 유일한 소일거리다. 그러나 운동도 자제해야 하는 게 잠수함 승조원 생활이다. 잠수함과 함께 22년을 함께했던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당직근무를 할 경우 산소 소모량은 하루 24L지만 운동할 때는 26L가 소모된다”며 “숨 쉬고 나온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화학물질 사용비가 유류비의 3배에 달해 가급적 운동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귀 등 생리현상에서 발생하는 냄새도 고스란히 승조원들의 코로 정화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작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본인들은 적응한 냄새지만 주변에선 “사람 냄새가 이렇게 독하구나”라며 놀라곤 한단다.



 고양이 세수도 기본이다. 출항할 때 육지에서 물을 가득 싣지만 금세 바닥난다. 잠수함에는 바닷물을 정수하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최대 하루 2000L가 고작이다. 40여 명의 승조원이 마시고, 음식을 하고, 샤워를 하기엔 태부족이다. 원자력잠수함의 경우 우리 잠수함보다 공간도 몇 배나 넓고 정수나 공기정화시설도 충분하지만 미국 잠수함 지휘관들은 가족들을 태우고 1박2일간 항해하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한다. 가족들이 열악한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승조원 생활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란다. 그럼에도 최근 잠수함 승조원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사시 최선봉에서 공격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수·정진우·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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