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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집트 시위대 학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중앙일보 2013.08.17 00:12 종합 26면 지면보기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집트 군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발포를 명령해 최소한 600여 명이 사망하고 4000여 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2011년 독재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집트 과도 군사정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는 등 시민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쿠데타로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를 축출한 군부에 대해 용인하는 자세를 보여온 미 정부는 이번 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집트 민주주의가 빠르게 퇴보하고 있다.



 군부 정권이 시위대를 상대로 발포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기 어렵다. 반정부 시위대가 비록 비민주적 이슬람 독재를 강화하려고 시도하다가 축출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해도 그렇다. 자국 시민을 학살하는 정권이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으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년여 동안 이집트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됐다고 보기 어렵다. 전 무르시 대통령 정부 역시 선거 승리를 악용해 반대 세력의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려고 시도한 끝에 축출됐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을 통해 집권했는데도 이슬람 형제단의 독재와 장기집권을 획책한 것이다. ‘아랍의 봄’을 촉발한 경제난 해결보다 권력투쟁에 몰두한 셈이다. 그 결과 야당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를 초래했고 군부에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달 군부가 쿠데타에 나섰을 때 일부에선 무르시에 의해 퇴보하던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나타냈다. 실제로 군부 과도정부는 평화적 선거를 통한 정권 이양과 야당 활동 제한 철폐를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가 민주주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대 학살로 의구심이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이집트 정국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가 권력이 시민을 학살하는 참극만은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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