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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국조위원인가 변호인인가

중앙일보 2013.08.17 00:10 종합 26면 지면보기
어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청문회는 국회의 볼품없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석으로 어느 정도 진상 규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들도 실망했을 게다.



 두 증인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법상 가능한 일이긴 하다. 두 증인은 그러나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은 길게 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국회가 위증죄로 고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선서를 피한 게 아니냐는 의심 아닌 의심을 받게 됐다. 고위 공직자를 지낸 이들로서 아쉬운 처신이다.



 국회는 더 안타까웠다.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해서 두 증인의 출석을 끌어냈다. 그러나 막상 질의는 그간 언론보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실력 부족인가, 아니면 게으름 탓인가 궁금할 따름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새누리당은 아예 ‘변호인’으로 나섰다. ‘청문회 엄호’가 여당의 고질(痼疾)이라곤 하나 이처럼 노골적으로 감싼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검찰의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모양새였다. 김태흠 의원은 이번 사건을 “김대업을 활용했던 사람들이 일으킨 제2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장우 의원은 두 증인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잠이 안 오는 것이다. 나 같아도 억울할 것”이라며 두 증인의 잠까지 걱정해 줬다. 그러곤 “엉터리 짜맞추기 여론 놀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의원은 “서울경찰청장은 국장의 전화 한 통화에 수사 방향이 달라지고 그럴 정도의 자리는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들의 외압이나 이런 데 초연하다고 세평이 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여야 간의 공방 속에 진상은 모호해졌다. 이래서야 국정조사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바랄 수 있겠나. 야당은 지금이라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조사위원’이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두 증인을 감싸다 정작 국민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증인은 나오지 않지만 19일과 21일에도 청문회가 열린다. 180도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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