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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복지 증세 해법은 법인세 인상인가

중앙일보 2013.08.17 00:09 종합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소득세를 더 거두겠다는 세법 개정안이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그러자 복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세원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외국보다 세율이 낮은 데다 분배체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대 논리도 만만찮다.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에 저해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올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미국·일본보다 낮은 부담, 더 높여야 한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재정
개혁센터 소장
경제개발 과정에서 기업들은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 정책을 배경으로 투자와 고용을 주도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수출지향적 성장 구조로 인해 고용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부가가치 생산액 10억원당 취업자 수는 1970년 156명에서 2012년 19.4명으로 감소했다.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인한다는 명분하에 낮은 법인세율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의 이중과세 문제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높은 법인세수 비중 등이 법인세 인하 주장의 주된 논거다.



 그러나 법인세 이중과세 문제는 이미 배당세액공제를 통해 조정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것은 경제력 집중의 심화,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소득세와 법인세 간 최고세율의 격차 등으로 과세 대상이 크기 때문이지, 개별 기업의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은 아니다.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법정 최고세율을 보면 2013년 현재 24.2%로 영국(23.0%)과 스웨덴(22.0%)보다는 다소 높지만 일본(37.0%), 미국(39.1%), 독일(30.2%), 프랑스(34.4%)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또한 기업들이 부담하는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기여금과 다양한 비과세 감면 혜택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총조세비용은 크게 떨어진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은 이윤 대비 2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5%)은 물론 중국(63.7%), 일본(50.0%), 미국(46.7%), 독일(46.8%), 프랑스(65.7%), 스웨덴(53.0%) 등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총조세비용은 결코 높지 않다. 그 때문에 법인세로 인한 투자 위축과 외국으로의 자본이탈은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법인세 인하로 투자와 고용이 증가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법인세율이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편중된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하지 않아 세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공제감면총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2%에서 2011년 71%로 증가했다. 2012년 기업에 제공된 공제감면액 9조3000억원 중 78.1%를 상위 1%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반면에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 실적은 매우 부진해 300인 이상 대기업에 고용된 취업자 비중은 2009년 8.4%에서 2012년 8.3%로 하락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감세 혜택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탓에 사내유보금은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10대 재벌집단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183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법인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내수기반마저 취약하기 때문이다. 내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성장의 결실이 경제주체들에 고루 배분되도록 사회 전체의 분배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은 내수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재정 개혁센터 소장





투자 위축 효과 크고 일자리 줄어든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조세 논쟁의 불똥이 법인세로 튀고 있다. 늘어난 복지 비용은 중산층이 아니라 부자와 대기업의 법인세를 높여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한마디로 잘못된 주장이다. 법인세 얘기만 해보자. 복지 재정을 대기업에 모두 부담시키면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부담은 부메랑이 되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온다.



 우선 주식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포스코나 KT 같은 대기업에 법인세를 더 물린다고 해보자. 그 결과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줄게 되고,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줄고, 다음 해 연봉 인상률도 낮아질 것이다. 법인에 대한 증세는 그렇게 주주와 직원들이 부담하게 된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1%로 99%를 지배한다’는 말은 총수가 지배는 하더라도 가져가는 이익은 1%에 그침을 의미한다. 법인세가 늘더라도 총수의 부담은 1%일 뿐이다. 나머지 99%는 다른 주주들과 근로자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위축이다. 법인세가 늘어나면 서서히 투자와 생산성이 줄고, 그 여파는 일자리 위축 등으로 나타난다.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고통이 백화점과 재래시장을 가리지 않듯이 투자 위축으로 인한 고통도 서민을 비켜가지 않는다.



 법인세와 투자는 무관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주장이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를 줄인다는 사실은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의 이동성이 높은 곳일수록 법인세의 해로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자본이 수익률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많은 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일수록 증세로 인한 투자 위축 효과가 크다.



 나라별로도 그렇다. 작은 나라일수록 자본의 이동성이 크기 때문에 법인세로 인한 투자 위축 효과도 크기 마련이다. 이는 조세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작은 나라일수록 법인세 대신 소비세나 소득세로 세수를 확보해야 경제 성장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웨덴이 좋은 사례다. 이 나라의 조세부담률은 46.4%로 25.6%인 한국의 1.8배에 달한다(2009년 기준).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한국과 같은 22%(지방세 제외)다. 금액으로는 오히려 더 작아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법인 세수의 비중이 한국은 4.2%인데 스웨덴은 3.0%다. 스웨덴이 거두는 엄청난 복지 재원은 바로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에서 나온다.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한국의 1.5배인 57%고, 부가가치세는 한국의 2.5배인 25%에 이른다. 법인세가 투자에 해로움을 잘 알기 때문에 소비세와 개인소득세 위주로 돈을 거두게 된 것이다. 스웨덴 국민들이 이처럼 높은 소비세와 소득세, 즉 보편조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보편복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복지는 보편적으로 하자면서 그 부담은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지우자고 한다. 대기업은 이미 북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또는 그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거기에 더 짐을 얹는 것은 해로운 경제적 효과를 넘어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보편적 복지를 하고 싶다면 보편적 납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한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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