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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NLL 대화록 공개에서 배운 점

중앙일보 2013.08.17 00:06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국가안보법
지난 6월 24일 국가정보원은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가져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발언록을 공개했다. 2급 비밀이던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 대통령의 음지에서의 대화가 양지로 나왔다.



 발언 내용은 이렇다. “NLL…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남한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질치지 않게…쐐기를 좀 박아 놓자…”라는 말도 했다.



 야당은 국정원이 기관 이익을 위해 국익을 해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정치평론가나 전문가라는 분도 대통령의 대화록을 하부기관인 국정원이 공개했다는 형식에 거부감을 표명했다. 국민은 고달프다. 보통 사람들은 헛갈린다! 우리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이런 내용에 대해 국가 안보 수호의 책임이 있는 국정원이 공개한 것이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화록을 공개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바로 국가 정보에 대한 무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래서 국가 안보 전문가를 양성하는 법학대학원이 단 한 곳이라도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법의 이치는 이렇다. 국가정보기구는 다른 곳에서는 아무리 중요한 1급 비밀이라도 단순 첩보에 불과하다. 정보기구는 그런 첩보와 평소의 언행을 분석하여 새롭게 분석 정보를 생산하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북한 정찰총국의 1급 비밀도 국정원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첩보일 뿐이다. 북한 정찰총국의 1급 비밀을 입수한 국정원은 갖고 있는 다른 첩보 요소와 비교하는 등으로 정보 분석 과정을 거쳐서 국정원 자체의 정보를 생산하게 된다. 이것이 첩보와 정보의 관계이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분석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국가정보기구라면 NLL 발언을 분석해 법적 문제나 방첩 요소가 있는지 분석하고 영토를 불안전하게 한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정보원법이 국정원에 부여한 임무다. 국정원은 대통령 기록물을 보관하거나 그 사본을 배달하는 기관이 아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발언록의 단순 공개를 넘어서서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방첩 해당성 여부에 대한 법적 쟁점까지도 공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안타까운 일은 더 있다. 남 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에 노 전 대통령이 서해 NLL을 포기한다고 발언했느냐”고 몰아붙이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장이 말을 못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어느 정도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NLL의 핵심 쟁점은 2가지다. 첫째는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적 수장과의 대화에서 영토주권선을 의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기본적인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게 상대 국가 몰래 빼돌려 국가 망신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을 일컬어서 법은 ‘국헌질서 문란의 쟁점’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국정원의 공개 그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NLL에 묶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교훈이다. 여·야 모두 NLL이 영토선임을 인정하므로 더 이상 그에 대해 논란을 벌이려는 세력은 발붙일 여지가 없게 한 것은 소중한 성과다. 소위 영토 문제에서의 국민통합은 이룬 것이다. NLL은 전문지식 없이 정치·이념적으로만 목청을 돋우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했다. 국가 안보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국가안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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