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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서 인터넷·휴대전화 사용 북한 동의 얻어

중앙일보 2013.08.15 01:05 종합 3면 지면보기
14일 남북 당국회담에서 채택한 5개 항의 개성공단 합의서는 향후 공단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합의서엔 지난달 6일부터 진행된 7차례의 회담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해 온 유사사태 재발 방지와 공단 국제화,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등에 대한 양측의 조율된 입장이 담겨 있다.


개성공단 합의서 내용 살펴보니
재발방지 주체로 남북 함께 명시
일각선 "밀린 것 아니냐" 우려도

 통일부는 회담 합의 설명자료에서 “개성공단 중단사태의 재발 방지와 안정적 운영을 다각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합의서를 통한 문서적 보장 ▶상설협의기구를 통한 구조적 보장 ▶국제사회의 참여를 통한 실질적 보장 등 이중·삼중의 보장장치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이던 재발 방지와 관련해선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라고 합의서에 명기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당초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근로자 철수 등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합의서에 북한을 재발 방지의 주체로 하겠다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 했다. 결국 오랜 줄다리기 끝에 남북이 동시에 재발 방지대책의 주체로 들어가게 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버티기에 밀려 다소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마치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을 우리가 막은 것처럼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기웅 남측 수석대표는 브리핑에서 “근로자 철수를 누가 했는지는 다 아는 것이기 때문에 양보나 후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기존 입장을 관철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심을 기울인 공단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 보장과 경쟁력이 강조됐다.



 이를 위해 남북은 외국기업들의 유치를 적극 장려하는 한편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남북 공동의 해외투자 설명회 추진 외에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숙원이던 공단 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을 위한 북한의 동의를 얻어 낸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공단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그간 북한은 업체당 유선전화 4회선만을 허용해 모든 업무를 전화와 팩스로 해 왔다”며 “서울 본사와 개성 간에 e메일이 가동된다면 공정관리와 생산성에 획기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생산라인에 있는 관리자를 언제든 연결할 수 있는 휴대전화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다.



 양측은 이 같은 합의사항 대부분을 새로 구성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통일부는 “공동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공단 재가동을 위한 설비 점검 방북일정과 절차 등을 북한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쟁점 중 상당 부분을 남북한이 공동위원회로 떠넘긴 만큼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 만큼 북한도 그동안의 피해에 상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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