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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류, 짧은 손가락의 비밀

중앙일보 2013.08.15 00:52 종합 16면 지면보기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류현진이 1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시즌 17번째 퀄리티 스타트(7이닝 1실점)를 기록하며 4-2 승리를 이끌어 시즌 12승을 달성했다. [신현식 미주 중앙일보 기자]


류현진(오른쪽)이 13일 더그아웃에서 장난치다 정색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빚은 유리베(등 보이는 선수)와 14일 더그아웃에서 격한 포옹을 하고있다(위 사진). 경기 전 장난이었다고 해명한 유리베는 안타 2개를 때렸다. 2009년 한화 시절 포수 이도형과 하이파이브 하는 류현진의 손은 육안으로 봐도 작아 보인다. [신현식 기자], [중앙포토]
류현진(26·LA 다저스)이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2위 맷 하비(24·뉴욕 메츠)마저 무너뜨렸다. 시즌 12승3패, 승률 0.800을 기록한 류현진은 승률 부문 내셔널리그 공동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2.91(리그 12위)로 떨어뜨렸다.

12승 현진 … 사이영상 후보 하비 눌러
평균보다 손 작아 포크볼은 못 써
체인지업 연마 MLB 감독들 감탄
낙차 커 땅볼 유도 … 피안타 0.164



 류현진은 14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실점으로 호투, 다저스의 7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흔들리며 완벽하게 제구된 낮은 직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날 탈삼진이 3개에 그친 건 그 때문이다. 대신 류현진은 서클 체인지업(Circle change-up)을 활용해 타자들의 스윙을 유도했다. 다저스 포수 AJ 엘리스는 “류현진이 강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뿌렸다”고 말했다.



 ◆체인지업, 약점이 만든 명품=류현진은 큰 키(1m89㎝)와 육중한 몸통, 긴 팔다리 등 투수로서 필요한 체격조건을 모두 갖췄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작은 손, 짧은 손가락이다. 류현진의 손은 야구선수들의 평균치보다 작다.



 손가락이 긴 투수들은 여러모로 유리하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공을 잡는 포크볼은 손가락이 길어야 구사할 수 있다.



 손아귀 힘이 서양인보다 떨어지는 동양인에게 포크볼은 유용한 무기다.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성공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와 사사키 가즈히로(이상 48)의 주무기가 포크볼이었다.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다루빗슈 유(27·텍사스)와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역시 긴 손가락을 활용해 포크볼을 던진다.



 동산고 시절 류현진은 직구와 커브·슬라이더만 던졌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갖고 싶었지만 손가락이 짧아 포크볼은 배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우연한 기회에 선배 구대성(44)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류현진은 한 달 만에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체인지업은 손바닥과 손가락 전체로 공을 감싸고 직구와 같은 폼으로 던진다. 느린 직구처럼 보이지만 타자 앞에서 살짝 가라앉아 헛스윙이나 내야땅볼을 유도하기에 좋다. 어정쩡하게 던지면 장타를 얻어맞지만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예리하게 떨어뜨린다. 손이 작은 약점을 극복한, 명품 체인지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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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의 머니 피치(Money pitch)=지난주 미국 야구전문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seball America)가 진행한 설문에서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내셔널리그 2위로 꼽았다.



 한화 시절 류현진의 은사인 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현진이가 미국에서 슬라이더와 커브도 던지지만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체인지업은 정말 잘 통한다. 공격적 성향의 미국 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쉽게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시속 78~84마일(약 126~135㎞)로 날아들며 포크볼 못지않게 낙폭이 크다. 류현진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이 1.52로 내셔널리그 5위에 오른 건 체인지업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는 증거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피안타율은 0.164에 불과하다.



 뛰어난 체인지업 덕분에 류현진의 직구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직구를 노리는 타자가 다시 체인지업에 당하는 순환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류현진의 활약을 감안하면 그의 연봉(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00억원)은 싸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류현진의 머니 피치(돈 되는 투구)는 단연 체인지업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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