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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박사 잊지 않는 한국인에 감사"

중앙일보 2013.08.15 00:36 종합 18면 지면보기
“한국에 와서 오히려 증조할아버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한국에 온 증손자 킴벌 헐버트 오늘 광복절 기념 타종 참여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1863~1949·미국) 박사의 증손자 킴벌 헐버트(35·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서 열린 헐버트 박사의 추모식과 13일 문경에서 열린 문경새재아리랑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4일 마포구로부터 ‘명예구민증’을 받은 그는 15일 종로 보신각에서 열리는 광복절 기념 타종행사에도 참가한다.



 헐버트는 “증조부를 기억해주시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증조부, 헐버트 박사는 1886년 선교사로 입국한 뒤 평생 한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1905년 을사조약의 무효성을 알리는 고종의 밀서를 들고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만나려다 실패했다. 문경아리랑 악보를 채록해 서양에 알린 것도 헐버트 박사다. <중앙일보 8월13일자 23면



 그는 “증조부는 황제의 밀사로 활동하면서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생을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다”며 “한국에 와서 더 상세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렇게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헐버트 박사는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방한했다가 여독을 이기지 못해 서울에서 사망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한 평소 소원대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묻혔다. 증조부가 묻힌 한국땅을 헐버트는 지금까지 두 번 방문했다. 지난 2004년 헐버트 박사의 추모식 때 처음 찾았다. 그는 “다른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증조부가 일생을 바친 한국만큼 특별한 곳은 없다”고 했다.



 2004년 미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뉴욕의 ‘체크업’이라는 IT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그는 9년 전 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은 단어를 더듬더듬 읽는 정도지만 한국말을 능숙하게 할 때까지 계속 공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증조할아버지 의 업적을 기억해주는 한국인들이 너무 고맙죠. 증조할아버지의 삶에서 한국 젊은이들도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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