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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앞뒤 안 맞는 일본의 '독도 꼼수'

중앙일보 2013.08.15 00:29 종합 21면 지면보기
홍승목
전 주네팔대사
일본은 수십 년 전 다음과 같은 ‘독도 꼼수’를 찾아내고 좋아했을 것이다. “독도를 가지고 한국에 시비를 걸자. 정당성이 없으면 어때. 해결방법이 없게 하면 되지. 한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법을 해결책이라며 내놓는 거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고 하면 절대로 못 받아들이겠지. 그러면 일본은 영원히 평화를 애호하는 나라이며 전쟁 피해국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잖아. 세상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도 곧 잊을 걸.”



 이는 상당히 먹혀들었다. 한국은 예상대로 ICJ 를 단호히 거부했으며 반론권도 행사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의 잔칫날은 끝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의 모순되는 입장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한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본은 독도가 고유영토라면서 한편으론 1905년에 편입했다는 등 주장에 일관성이 없어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둘째, 일본은 왜 영토 문제가 있는 여러 인접국 중에서 유독 한국만 꼭 찍어서 ICJ 에 제소하겠다는 건지 해명해야 한다. 한국에 ICJ 상임판사가 없어서인가. 한국이 독도 문제를 두고 분쟁이 없다고 한 것은 “서로 합의된 법이 없어 국제법원이 적용할 법이 없으므로 ‘법적 분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는 분쟁이 아니라면서 독도 문제는 분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수긍이 가도록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해 왔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일본 정치인 참배도 늘고 있다. 결국, 세계는 전후 일본의 본색을 알게 되면서 모든 일본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많은 나라가 위안부 문제나 야스쿠니 참배에서 보여준 일본의 독선적 태도의 프리즘을 통해 일본의 영토 문제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존중이 시대정신이 됐다. 모든 나라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교묘하게 왜곡해 “독도를 ICJ 에 회부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멋대로 분규를 일으키고는 이를 분쟁이라 부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분쟁’을 해결하자고 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서 존경받으려면 먼저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앞서 공연히 분규를 일으키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만약에 다른 나라를 상대로 ‘권리가 침해됐고 따라서 분쟁이 있다’고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내용이 사리가 맞아야 하고 분쟁해결 방식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서 일본은 이러한 기본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일본이 1905년 시마네현의 독도 영토 편입조치가 제국주의나 식민주의와는 무관하다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이를 판정할 지역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어떨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걸출한 정치인과 학자들로 위원회를 조직해 당시 편입의 제국주의적 조치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본 스스로 제국주의의 망령을 깨고, 자신이 어느 기준으로 봐도 아시아에 속해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다. 일본이 교만한 자세를 버리고 이웃 국가와 대등한 입장에 서서 공생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세계는 일본이 ‘평화’를 외치더라도 위선이 아니라 진지함이 깃들어 있다고 보게 될 것이다.



홍승목 전 주네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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