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40%, -124% … 증권사 어닝쇼크

중앙일보 2013.08.15 00:21 종합 10면 지면보기
말 그대로 어닝쇼크였다. 그것도 시장의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메가톤급 쇼크였다. 증권사의 2013회계연도 1분기(2013년 4~6월) 실적 얘기다.


4~6월 영업이익 곤두박질
금리 급등에 채권 손실 급증

 현대증권은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100% 이상 감소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3.3%, 71% 줄었고, 13일 실적을 공시한 KDB대우증권 역시 각각 86.8%, 77% 감소했다. 영업이익 -31.6%의 한국투자증권이 그나마 체면을 차렸을 정도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신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40%, 당기순이익은 -734%를 기록했고, HCM투자증권 역시 두 실적 모두 95% 넘게 줄었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건 아니다. 5월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공포’가 불거져 온 때문이다. 현대증권 측은 “주식 거래가 줄면서 거래 대금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평가 손실이 발생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5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62곳이 보유한 채권 잔액은 모두 1334조9895억원으로 총자산의 50%를 넘는다.



 채권발 쇼크는 대형 증권사에 더 크게 미쳤다. 5대 대형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평균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배승 신영증권 연구원은 “1분기 거래대금이 전 분기 대비 소폭 늘었음에도 손실이 커진 것은 채권 평가 손실 때문”이라며 “금리가 0.5%만 상승해도 채권 보유액 10조원당 손실 규모가 15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증권사가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판매를 늘린 것도 자충수가 됐다. CMA 가입자가 일정 기간 지나면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되사 확정이자를 지급받는 형태라 이 상품의 수요가 늘면 보유 채권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지난해 1월 6조7000여억원 규모이던 거래대금은 지난달 3조6400여억원으로 급감했다. 거래량도 4억6900만여 건에서 1억3000만여 건으로 줄었다. 증권사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가 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수수료율도 낮아졌다. 박진형 IBK증권 연구원은 “ 국내 경제는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고 개인의 가처분소득 역시 정체돼 있어 상황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돌파구가 없다 보니 증권사는 구조조정 등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이 있었다”며 “불안감에 휴가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