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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원자재값 뛰고 범죄 늘고 … 온난화 숨은 재앙 막아라

중앙일보 2013.08.15 00:12 종합 12면 지면보기
인류의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폭염과 홍수, 혹한과 폭설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며 정부와 기업·개인들의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간 국제사회는 이상기후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온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의 단계적 감축 등 장기 계획에 골몰해 왔다. 하지만 기후 불안정성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이에 대한 대응이 발등의 불처럼 시급해졌다.


가뭄 탓 곡물파동 10년간 3차례
기온 2도 오르면 범죄 15% 늘어
홍수 견디는 벼 개발, 탄소 0 도시
각국 정부·기업 이상기후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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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구촌에선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800건 이상의 대형 기상이변이 발생했다. 폭우나 폭풍·토네이도 등은 1980년대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 손실액은 2007년 2363억 위안에서 지난해 4186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기온 변동 폭은 지속적으로 커져 1991~2000년 2.93도이던 평균기온 표준편차가 2001~2012년엔 3.24도였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둡다. 향후 100년간 일어날 기후변화 속도가 지난 6500만 년간 어떤 시기보다 10배 이상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20년 중 가장 더웠던 여름보다 더 더운 여름이 장차 해마다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민의 보건 불안과 전력 소비 증가, 식량·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각국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만 러시아·미국 등지의 가뭄으로 세 차례 글로벌 식량위기가 발생, 곡물 가격 상승이 사료·육류·식품 가격들을 순차적으로 상승시키는 애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미국에선 올해 5월까지 동부 지역에 이어진 이상 저온이 천연가스 가격을 연초 대비 33.8% 올려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20년간 30여 종의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 식품 매개 질병과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 등 이상기후 관련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은 “지구 기온이 2도 오르면 개인 범죄는 15%, 집단 갈등은 50% 이상 증가한다”고 최근 밝혔다. 기상 재해에 노출된 사람의 20%는 정신적 혼란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가뭄과 폭염은 자살 또는 자해 확률을 8% 높인다는 기후연구소(CI) 발표도 있다.



 이 때문에 이상기후 대처가 정부·기관·기업들의 주요 과업으로 떠올랐다. 그간 온실가스 감축 등에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도 변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온실가스 규제 강화, 청정에너지와 기후 관련 산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 연방정부 예산에 기후변화 대응 연구비 27억 달러, 청정에너지 개발비 79억 달러를 책정했다.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도 2020년까지 6.2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 법안을 5월 통과시켰다. 영국은 기후변화 관련 정부 기능을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로 통합 운영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 최초 탄소중립도시인 마스다르시를 수도 아부다비에 건설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자동차 대신 소형경전철 이용, 쓰레기를 연료로 재활용해 탄소배출량 ‘0’인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기후 관리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정부가 중점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폭염·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이 있을 때 전쟁과 폭력범죄 발생률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과학 잡지 ‘사이언스’가 보도했다.



 이상기후로부터 식량을 보호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국제쌀연구소는 내수성 벼 ‘스쿠버 라이스(Scuba Rice)’를 개발, 홍수 피해가 빈번한 인도·방글라데시 등에 보급 중이다. 내수성 유전자가 이식된 이 벼는 물에 잠겨도 15일 이상 정상 상태를 유지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농작물의 흉작 여부를 몇 달 전에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기업들의 대응도 활발하다. 화학기업 듀폰은 기후변화 전담 조직을 구성해 최고경영자(CEO)가 최고환경에너지책임자(CNO)를 겸하고 있다. GM은 세계 53개국 사업장의 기후변동 취약성을 수치화한 ‘취약성 지도’를 작성해 피해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맥주보리와 알루미늄 캔 생산에 타격을 입은 이후 물 절약을 중요 전략가치로 설정했다. 이후 10년간 미국에서만 국제 규격 수영장 4500개에 물을 채울 수 있는 250억 캔 분량의 물을 절약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2011년 태국 홍수 피해 이후 인도네시아 등을 생산 집적단지에 추가하는 ‘태국+1’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은 기온 변화에 따라 생산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주문에서 제품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을 1개월에서 3일로 단축, 자국 내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기후변화 관련 업종들은 약진하고 있다. 일본 기상 정보 서비스 기업 웨더뉴스는 지난 3년간 매년 13%씩 성장, 지난해 매출 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메이옌(梅雁) 수력발전소는 저수량 부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강수량 지수에 따른 보험 상품을 개발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연구해 온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쾌적한 기후환경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 희생과 비용을 지불해야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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