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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투자와 투기

중앙선데이 2013.08.09 23:21 335호 4면 지면보기
무릇 출장이라는 게 일정이 빠듯해서 일을 마치면 귀국 보따리를 바삐 쌀 수밖에 없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뉴욕 출장 길에서는 짬이 좀 생겼습니다. 그래서 첼시 화랑가를 한번 제대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맨해튼에서 활동 중인 L작가의 안내를 받아 주요 화랑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작은 소리로 뭔가 이야기해주는 모습은 보기에 흐뭇했습니다. 알고 보니 어릴 적부터 그림 고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네요.

“이곳 컬렉터들은 단순히 그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키운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같이 크는 경우도 많고요. 물론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죠. ‘나도 작가다’라는 젊은 작가의 패기에 반해 사진을 100달러에 사주었는데 10년 정도 지나서 보니 그게 신디 셔먼이었다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보통의 컬렉터들은 미술품 자체를 좋아하고 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둡니다. 질문도 얼마나 어려운 것만 하는지 몰라요.”

국내에서 미술품 관련한 추잡한 사건만 듣고 나온 터라 왜 컬렉터의 풍토가 이렇게 다른 것인지 물었습니다. L작가의 말은 간단했습니다. “한국 분들은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사시거든요.”

자기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아니니 애정이 있을 리 없겠죠. 관심은 오로지 돈. 하지만 돈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돈이 쫓아오도록 하는 것이 치부(致富)의 기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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