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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게, 더 편하게 … ‘솔로족’을 노려라

중앙선데이 2013.08.11 00:41 335호 22면 지면보기
서울 창천동에 있는 1인용 식당. 칸막이·벽면에 가득한 메모와 낙서엔 ‘솔로 기념으로 왔다’ ‘혼자 먹어도 맛있다’ 같은 내용이 많다. 최정동 기자
#1 서울 종암동에서 4년째 자취하는 대학생 신민지(25)씨는 집에서 밥을 거의 해먹지 않는다. 인근 편의점에서 2500~3000원짜리 도시락을 사먹거나 전자레인지에 익혀 먹는 레토르트 밥을 자주 찾는다. 1개씩 팔지 않아 먹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던 과일·채소도 요즘엔 자주 먹는다. 인근 마트에서 ‘990원 채소’ ‘낱개 세척 과일’을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반찬도 100g 내외의 1인분짜리를 주로 먹는다”며 “소량 제품이 늘어나 예전보다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1인 가구 늘어나며 커지는 ‘싱글 라이프’ 산업

#2 7일 오후 서울 창천동에 있는 1인용 식당. 가게에 들어서자 왼쪽엔 자판기처럼 생긴 메뉴 주문기가 놓여 있다. 1~2인용으로 칸막이가 쳐진 테이블에는 손님 13명 가운데 5명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칸막이에는 ‘혼자 먹어도 맛있기만 하다’는 손님들의 메모가 곳곳에 붙어 있다. 냉모밀을 먹고 있던 김모(27)씨는 “이곳에선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명재 사장은 “2008년 점포 개설 당시엔 하루 매출이 50만~60만원이었는데 손님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130만~14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3 8일 오후 서울 용산에 있는 대형마트 조리식품 코너. 지름 15㎝짜리 종이컵에 고추 잡채나 치킨 강정 같은 음식이 담겨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1인용 컵밥이다. 개당 2000원 내외. 식품 코너에서 일하는 정선용(36)씨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혼자 사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컵밥은 평일엔 40~50개, 주말엔 70~80개가량 팔린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1인용품과 1인 서비스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 네 가구마다 한 가구꼴이다. 우리의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1990년 102만 가구에서 지난해에 454만 가구를 기록해 4.4배로 늘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져 1인 가구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전체 가계소비지출에서 1인 가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6.7%에서 지난해 9.2%로 늘었다. 1인 가구는 이제 ‘홀로 외롭게 사는 계층’에서 ‘솔로 이코노미’와 같은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미니 드럼세탁기
솔로 이코노미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유통·가전·식품·서비스 전 분야에서 펼쳐진다. ‘더 작게, 더 편하게’, ‘싱글족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하여’로 대표되는 경쟁의 현장을 취재했다.

‘미니’ 제품은 1인용품 시장의 뚜렷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최근 미니 드럼세탁기 꼬망스를 출시했다. 세탁용량 3.5㎏의 소형이다. 혼자 사는 좁은 집안에 들여 놓는 제품임을 고려해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일반 세탁기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핑크색을 사용했다. 이 회사 맹소연 세탁기 마케팅 담당은 “집에 돌아와 샤워할 때 세탁을 시작하면 샤워를 끝낼 때쯤엔 빨래를 바로 널어놓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며 “4월 출시 후 하루에 200~300대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 와인(왼쪽)
더 작게 … 더 편하게 … 멀티제품으로
롯데주류의 와인 신제품인 ‘옐로 테일 미니세트’는 병당 187mL로 기존 제품(750mL)의 4분의 1 크기다. 레드 와인 2종과 화이트 와인 2종을 세트로 묶은 제품으로 혼자서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에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겨냥했다. 13분 만에 1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미니 밥솥이나 제품 크기를 일반 정수기의 절반으로 줄인 ‘한 뼘 정수기’도 독신 가구의 고충 해결을 앞세운 제품이다. 미니 삼겹살 구이 팬까지 등장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니 주방용품 매출은 1년 전보다 23.1% 늘었다.

간편성을 내세워 ‘솔로족’을 겨냥한 제품도 많다. 지금까지 간편식품이라면 컵라면·삼각김밥 정도였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메뉴가 간편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다. 우리 음식 문화에 맞춰 대구탕·동태탕·알탕은 물론 양식·일식·중식에서 동남아 음식까지 있다. 최근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1인용 컵밥 시장이다. CJ제일제당·대상·삼양사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냉동 컵밥’ ‘밥맛의 비법’ ‘정통 컵 국밥’ 등의 제품을 너도나도 내놓고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마트는 아예 매장내에 가정 간편식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타이 음식 같은 글로벌 메뉴와 지역 맛집 메뉴에 이어 기내식 형태의 제품까지 등장했다.

한 가지 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멀티 제품’도 등장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1인 가구의 특성에 맞춘 제품이다. TV와 화장품 수납 등을 한번에 해결하는 한샘의 ‘멀티 시리즈’ 수납장이나 책상뿐 아니라 조리대와 홈바로도 쓸 수 있는 넵스의 ‘맘스 오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멀티제품이 인기를 끌자 홈플러스는 최근 각기 다른 75g짜리 육제품 6개 팩으로 구성된 450g짜리 ‘한우 소포장 멀티 팩’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늘어난 ‘싱글족’의 힘 … 안전까지 지켜준다
싱글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KT텔레캅은 1~2인가구를 겨냥한 월 1만5000원대의 보안 서비스를 내놨다. 혼자 사는 사람을 노린 외부인의 침입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침입 알람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가격은 기존 가정용 서비스(월 5만~6만원)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대학가 주변에선 1인 식당과 1인 노래방이 늘고 있다. 대학생 김슬아(25·서울 연희동)씨는 가끔 집 근처 단골 카레 집에 들러 혼자 밥을 먹곤 한다. 이 가게엔 벽을 바라보며 만들어진 1인용 좌석이 6개 있다. 벽마다 CD플레이어와 헤드폰이 붙어 있어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할 수 있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는 1인용 노래방도 가끔 찾아간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실컷 부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늘어나는 1인용품 시장을 겨냥해 이색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AK몰은 최근 1인용품 코너 ‘싱글 라이프’를 만들었다. 옥션도 6월 싱글족을 위한 생활용품 전문관인 ‘픽 앤 데코’를 열었다. 공간이 협소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위한 1인용 침대나 미니 소파·탁자 등을 주로 판다. 옥션 관계자는 “올 상반기 히트 상품에서 25만 개가 팔린 즉석 밥과 13만 개가 팔린 미니 테이블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등 1인용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며 “1인용품 판매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안신현 수석연구원은 “1인 가구만을 노린 단편적인 기획상품을 만들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소비자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1인용품 시장이 아직 20, 30대 젊은층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1인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40대 이상 ‘올드 솔로족’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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