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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아홉 살짜리가 던진 교훈

중앙선데이 2013.08.11 02:02 335호 31면 지면보기
“아홉 살짜리가 엄마를 신고하다니 말세다.” “이런 아이 키워서 뭐하나.”

 지난주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에 달린 댓글들이다. 사건은 수원시 권선구에서 일어났다. 9세 초등학생 A군은 5일 오전, 게임을 말리는 어머니에게 폭언을 하다가 뺨을 맞았다. 그러자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다.

 당시 댓글의 대부분은 아이를 비판했다. 그럴 만했다. 아홉 살짜리가 “엄마를 신고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충격적이긴 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폭행, 훈계를 촬영하거나 신고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었던 터다. 스승에 이어 이제 부모까지 고발하느냐며 한탄할 만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조금 다르다. 수원서부경찰서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아이의 어머니 B씨가 평소 술을 많이 마셔 남편이나 이웃과 다툼이 잦았다. 그날도 아침부터 술을 마신 뒤 아이에게 손찌검한 것이다. 잠깐 화장실에 있던 남편이 나와 보니 B씨가 아이의 머리채를 쥐고 있고, 아이는 맞아 코피를 흘리는 상태였다. 신고는 아이가 했지만 현장에 있던 남편도 이를 알고 있었고, B씨의 연행에도 동의했다.”

 경찰은 가정폭력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B씨가 아이를 때린 것은 처음이고, 남편과 아이도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경찰은 일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대신 B씨에게는 알코올치료센터를, 충격을 받았을 A군에게는 전문상담기관을 연결해 줄 계획이다. 경찰의 적절한 업무처리라고 평가할 만하다.

 물론 의구심은 남는다. 아이가 뺨을 맞은 정도의, 어찌 보면 대단치 않은 가정사에 일일이 공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러기엔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지난해 가정폭력상담소 상담 건수는 11만8178건, 경찰 신고는 3만7000여 건(경찰청 추산), 실제 검거 건수는 8762건이다. 재범률도 해마다 늘어 32.2%나 된다. 그간 가정폭력을 ‘가족 내 문제’라며 관대하게 대한 문화의 그늘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최근 일이다.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성폭력 등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가정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다짐한 배경이다.

 그래도 여전히 ‘가정사’의 내밀한 내용을 외부인들이 쉽게 알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나중에 곰곰이 따져보면 사안이 경미해 공권력까지 필요치 않았을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경찰이 늘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무엇보다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시해야 할 경찰에 ‘전지적 시점’을 매번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정폭력에 대해 한 가지 원칙을 공유할 필요는 그래서 나온다. 어린이를 포함한 약자에 대한 폭력은 어떤 곳,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철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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