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못 믿을 급성설사약 … 59개 제품 무더기 판매 중지

중앙일보 2013.08.09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동화약품의 급성설사약 락테올 3종.
프랑스에서 들여온 급성설사약의 복제약(제네릭) 효능이 의심돼 무더기 판매 중지됐다. 어떤 약은 1992년 이후 약 20년 동안 시판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화약품 락테올 미허가 원료 사용
타 제약사서 50여 종 줄줄이 복제
일부 약품은 20년간 버젓이 팔려
식약처 "동화약품 고발할 것"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동화약품의 급성설사약 락테올 3종과 이를 본떠 만든 복제약 56개 등 59개 제품을 판매 중지했다. 식약처는 동화약품에 대해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59개 약의 성분과 효능 특별재평가에 들어갔다.



 락테올은 유산균을 원료로 만든 정장제(整腸劑)로 78년 프랑스에서 개발됐고 88년 동화약품이 독점 계약을 해서 국내에서 생산·판매해 왔다. 의사처방이 필요 없어 약국에서 살 수 있지만 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락테올 판매 중지 이유는 원료로 사용한 유산균이 중간에 바뀌었는데 이 사실을 허가받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88년 틴달화 아시도필루스(Lactobacillus acidophilus)라는 유산균을 사용해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5년 이 약의 원료는 퍼멘텀·델브뤼키라는 두 가지 균의 혼합물로 바뀌었다. 약을 만드는 원료 균이 바뀌면 식약처에 변경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그런데 이를 무시했다. 동화약품은 당시 프랑스의 원개발 회사(앱탈리스 SA)로부터 균 변경 통보를 받고도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복제약이다. 92년 락테올의 특허기간이 끝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복제약을 내놨다. 복제약은 락테올의 바뀌기 전의 원료 균인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를 사용했다. 오리지널 약은 다른 균으로 바뀌었는데 복제약은 과거 균을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복제약들은 유산균이 있어서 정장 효과는 있다. 경희대 약대 김동현 교수는 “락테올과 같은 급성설사약은 주로 6세 미만 아이에게 많이 처방됐다”며 “제네릭 약품은 정장작용은 하지만 이번 일이 드러나면서 급성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복제약은 제이더블유중외신약의 에시플과립이다. 삼아제약의 락토페디과립, 일동제약의 락토큐과립 등 56개(23개는 지난해 미생산)가 이런 상황에 빠졌다. 동화약품의 원료 균 변경 사실이 공개됐다면 복제약 회사들도 이에 따라 제품을 변경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했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이와 관련, 동화약품은 이날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원 균주(아시도필루스)의 명칭이 퍼멘텀·델브뤼키인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김가혜 대리는 “과학의 발전에 의해 종(種)이 바뀐 것이며 원료의 본질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원래는 퍼멘텀과 델브뤼키인데 당시 지식으로는 이를 알 길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식약처 유무영 의약품안전국장은 “88년 당시 지식으로도 상당 부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료 균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 동화약품 김 대리는 “그리 하려 했으나 자료가 불충분했고 담당자가 변경(퇴직)되면서 접수가 지연되고 시간이 흘러갔다”며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락테올과 복제약들은 지난해 124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약들의 급성설사 치료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판정이 나오자 소비자들이 헷갈리고 있다. 서울 도화동 주부 김모(31)씨는 지난 1월 11개월 된 아들이 갑자기 설사를 해서 동네의원에서 설사약을 처방 받았다. 아이한테 세 번 약을 먹였지만 설사는 멎지 않았다. 이유식을 조절했더니 설사가 멎었다. 김씨가 처방받은 약은 이번에 판매 중지된 락테올 복제약 중 하나다. 김씨는 “의사 처방까지 받아 먹였는데 엉뚱한 복제약이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유 국장은 “이번에 판매금지된 약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식품에 널리 쓰인다”며 “급성설사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이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해 대체 약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유산균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원료의 DNA 자료를 입수해 유산균종을 확인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혜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