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 교육부뿐 아니다. 외교부의 경우 지난해 다른 부처와 맺은 MOU는 2건이다. 올 들어선 6월부터 지금까지 두 달 만에 벌써 4개 부처와 MOU를 맺었다. 내용을 보니 당연히 부처 간 협조가 진행됐어야 할 사업들이다. 문화외교 협력은 마땅히 문화체육관광부와 머리를 맞대야 하고, 개도국 농촌 지원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식이 필요하며, 공적개발원조(ODA)의 인프라 지원에선 국토교통부의 전문성이 요구되니 국토부와 협력해야 한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사업의 성격상 당연히 다른 부처와 협력해야 하는 일이고 그 전부터도 계속해오던 사업인데 왜 굳이 MOU라는 형식이 필요했는지가 궁금하다. 일례로 ODA 외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외교부가 타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같이 해온 공동사업이다. MOU를 맺지 않고도 해오던 일에 왜 갑자기 MOU 체결이 필요했는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타 부처와 함께 하는 사업은 일단 MOU부터 맺어놓고 보는 게 요즘 풍조”(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라는 말처럼 ‘MOU 체결=부서 간 칸막이 없애기’로 동일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러운 생각이 든다.
실제 서울청사와 세종청사에선 요즘 MOU 열풍이 불고 있다. 미래부는 교육부 등과, 교육부는 관세청 등과, 관세청은 경찰청 등과, 경찰청은 감사원 등과 MOU를 맺으며 종횡무진으로 연결되니 ‘MOU 정부’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자는 이런 현상을 취재해 ‘대한민국 관가는 지금 벽 허물기 MOU 경쟁’이라는 제목(8월 8일자 6면)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8일 일부 중앙 부처의 홍보 담당 공무원이 기자에게 해당 부처가 체결한 MOU를 기사에 반영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한 이후 ‘MOU 러시’가 일고 있는 걸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인 만큼 안 지켜도 그만이라거나 당장의 실적 쌓기용 전시행정으로 변질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